대한민국이 벌거벗은 민둥산을 우거진 숲으로 조성하기 시작한 지 50년 지났다. 새마을운동에 이어 1973년 박정희 정부는 독일의 숲 조성을 보고 ‘국토 산림녹화’ 사업에 착수했다. 필자가 어렸을 때 대다수 산이 벌거벗었고, 땔감이 없어 산에 있는 나무를 베어 장작으로 사용했던 시절에 유년기를 보냈다. 당시 연탄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산림 조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단속도 강화되었다. 불법으로 나무를 베지 못하게 처벌하기 시작했다. 1949년 식목일이 제정되었지만 본격적인 산림녹화는 박정희 대통령이 ‘치산 녹화 10개년 계획’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온 국민이 묘목을 심는 범국민 조림운동이 펼쳐졌다. 그렇게 시작한 숲 조성으로 국토 63.4%가 산림으로 이뤄져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숲 조성 모델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에 수출되고 있다.
그럼 세계적으로 숲 조성이 언제 어디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까?
16세기 초 중부 유럽인 독일과 스위스 등에서 숲 조성이 시작되었다. 국가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보다는 영주나 개인 혹은 문중 차원에서 숲을 가꾸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 숲을 연구하는 산림학이 등장했다. 1664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존 에벨린이 ‘산림학’을 저술해 세계 영향을 미쳤다. 국가 차원으로는 프랑스 루이 14세 때 유명한 재상 장바티스트 콜베르가 주도한 산림정책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18세기 초 유럽의 여러 나라를 그랜드 투어한 독일 학자 한스 칼 폰 칼로비츠가 자신의 산림학 저서에서 처음으로 ‘숲을 가꾸고(pfleglich)' ‘지속성장(nachhaltig)'한다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오늘날 산림학의 기본 개념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유럽과 독일에서는 산림을 핵심 경제 영역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농사와 함께 숲의 경제가 수많은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숲에서 목재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땔감을 넘어 야생동물, 약초, 버섯류, 야생 나무과일 등 식재료를 제공했다. 이후 산림은 단순히 숲을 넘어서 보존하고 비축하고 보호하면서 ‘경영’한다는 개념까지 등장했다. 또한 숲에 대해 인문학적 사유뿐만 아니라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이 교차하는 지점으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같은 인식 변화에 힘입어 처음으로 산림에 대한 법률이 제정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로 스위스가 1867년 ‘산림경찰법’을 제정했다. 숲은 보전하고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며 후세에 숲을 잘 물려주기 위함이었다. 이후 1880년 독일은 ‘토지와 숲경찰법’을 제정해 땅과 숲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일을 국가 영역에 포함시켰다. 1871년 프로이센 중심으로 통일된 이후에 독일 빌헬름 황제는 ‘산림보호법’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75년 독일연방공화국은 다시 ‘연방산림법’을 제정했다. 골자는 숲의 경제적 이익과 더불어 환경과의 조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인간과 자연의 균형, 기후, 물, 공기 청결, 토양 비옥, 경관, 임업과 기반시설, 그리고 휴양림과 관련 시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또 다른 핵심은 산림 경제를 촉진하는 데 있다. 인구조사처럼 10년마다 숲에 대해 조사를 하고 이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산림의 공익 기능과 개인 사유지 이익의 균형 유지를 강조한 조항도 있다.
그럼 세계적으로 숲이 갈수록 왜 중요해지고 있는가?
크게 3가지 요인, 즉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측면에서다. 먼저 경제적 요인으로 일자리 및 국부 창출에서 크게 기여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산림경제에 종사자 수가 130만명에 이르고, 매출액이 1810억 유료(약 244조원)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완성차 자동차 산업보다 큰 규모를 보이고 있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산림 관련 종사자 수는 총 61만명에 이르고, 매출액은 161조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 산림 관련단체들도 늘고 있다. 산림운영공동체, 산림운영협회, 산림경제연합 등 총 1723개 등에서 31만명이 종사할 정도다. 한국에서도 산림계, 산림조합, 산림연합회 등이 대표적인 단체들이다. 숲은 크게 3가지 소유 형태, 즉 국유림, 공유림, 그리고 사유림으로 구분된다.
둘째, 친환경 생태적 측면이다. 지구온난화로 탈탄소 경제를 추구할 수밖에 없어 숲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뿜어내는 저장고이자 허브이기 때문이다.
셋째, 사회적인 측면이다. 도시 생활에서 스트레스 등 각종 질병에서 벗어나는 치유와 힐링, 그리고 휴양 및 레저 공간으로 숲의 기능과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국에 휴양림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에게 숲에 살고 있는 ‘자연인’은 동경의 대상이 되어 시청률이 높게 나오고 있다.
그럼 어떤 나라들이 산림 강대국이고 어떤 산림 정책을 펴고 있는가?
광활한 땅을 갖고 있다고 산림 강국은 아니다. 제재목 수출국으로 캐나다가 세계 시장의 23.9%를 차지하면서 선두이고, 이어 러시아(10.8%), 스웨덴(9.5%), 독일(7.7%), 미국(6.1%), 핀란드(5.4%), 오스트리아(4.6%) 순으로 나타났다. 독일, 스웨덴, 오스트리아는 숲을 잘 가꾸어서 산림 경제를 발전시킨 나라로 평가받는다. 숲에서 나오는 목재나 비목재(버섯, 약초 등) 자원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집이나 빌딩도 목재로 짓는 새 트렌드가 일고 있다. 독일은 국토 31%가 산림이지만 산림경제 강국이다. 우리는 국토 63.4.%가 산림이기 때문에 산림경제 강국으로 발전할 여지가 많이 있다. 따라서 남성현 산림청 청장은 산림녹화 50주년을 맞아 '숲의 제2르네상스'를 선언했다. 우리도 독일처럼 목재와 비목재 등 숲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다. 핵심은 숲의 주인은 더욱 부자가 되게 하고, 국민은 숲을 힐링과 치유, 여가와 레저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림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경제적 가치를 높이도록 숲을 조성하고, 숲에서 나오는 목재 및 비목재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다. 숲을 경제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책으로 산림경영의 지도 원칙인 ‘보속성’과 더불어 최고 생산성 유지를 위한 ‘인증제’가 도입됐다. 1993년 설립된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와 1999년 설립된 PEFC(Programme for the Endorsement of Forest Certification Schemes) 등이 대표적이다. 숲의 유지와 활용을 체계화한 것이다. 또한 산불 예방·진화를 위해 임도(林道)를 만들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글로벌 문제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해 탈탄소 정책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러한 환경에서 숲은 더욱 가치를 얻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넘어 일각에선 ‘5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면서 생명과 환경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담당하는 허브가 숲이라고 지적한다. 숲이 환경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건강과 치유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5차 산업혁명 시대 숲이 ‘제5의 쌀’이라고 말한다. 1차 산업혁명의 쌀, 2차 산업혁명의 철, 3차 산업혁명의 반도체,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에 이어 5차 산업혁명 시대에 맑은 공기와 물을 제공하는 숲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산림 조성 50주년을 맞아 산림정책이 숲 보호·보존의 ‘패스트 폴로’에서 숲 경제·경영의 ‘퍼스트 무버’로 전환하는 새로운 100년을 준비할 때다. 산림 정책이 국정의 우선순위가 되고, 담당 부처의 위상이 높아지고, 권한 및 예산 증액도 이뤄지는 것이다. 또한 산림 정책을 위해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나아가 산림 강국으로 가는 랜드 마크이자 글로벌 프로젝트로서 세계적인 숲이나 글로벌 정원을 조성하는 것도 추진할 때다. 21세기 관광산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학 언론학 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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