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체질 개선과 민생 안정 관련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배경으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지목했다.
윤 대통령은 4일 "경제 체질 개선과 민생 안정을 위한 법안들,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같은 다수 법안들이 지금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을 겨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관한 18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전례 없는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포퓰리즘으로 파탄 난 재정, 무너진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숨 가쁘게 한 해를 달려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가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재정준칙 도입'은 윤 대통령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꼽히지만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대통령실은 분양가상한제 주택 등에 대한 실거주 의무 폐지를 위한 '주택법', 비대면 진료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의료법' 등도 야당에 발목이 잡힌 법안으로 예시했다.
윤 대통령은 "어려울 때일수록 민간 주도, 시장 중심 원칙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판단하에 건전재정으로 전환, 법인세 인하,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추진해 왔다"면서 "'건전재정'과 '시장 중심 경제' 기틀이 잡혀가고 경제지표도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퓰리즘 재정 파탄' '무너진 시장경제'는 전임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할 때 보수 진영이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다. 지난 1년이 일종의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었다며 전 정권과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이 금융과 통신산업 '이권 카르텔' 타파를 강조한 것 역시 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업계 배만 불리고 국민의 고통을 키웠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은 외견상 그럴듯하게 보일지 몰라도 손쉽고 편리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국민을 약탈하는 것"이라며 "모든 공직자는 이와 맞서기를 두려워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전임 정부와 차별화하고 거대 야당 비판에 나선 것을 두고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어차피 총선은 내가 치르는 것"이라며 총선 목표를 170석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성장의 과실이 우리 국민 삶 곳곳에 퍼지고 온기가 채워지도록 더욱 힘써야 하겠다"며 "경제 회복의 훈풍이 지방경제에까지 확실하게 불 수 있도록 지역 인프라 조기 확충 등을 각별히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지역 사회간접자본(SOC)은 총선 표심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꼽히며 이를 주관하는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민의힘 소속 현역 정치인(원희룡 장관)이다. 최근 교체된 1‧2 차관도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이기에 윤 대통령의 '지역 인프라 조기 확충' 의지가 신속하게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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