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대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영문명 컨트리가든)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지면서 중국 경제에 ‘제2의 헝다 사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비구이위안이 회사채를 무더기로 거래 정지시키면서 디폴트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13일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전날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를 통해 ’16텅웨02’, ’19비디03’ 등 12종의 회사채에 대해 거래 정지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14일부터 해당 채권에 대한 거래가 중지된다.
앞서 지난 10일 비구이위안은 홍콩증권거래소에 올해 상반기 최대 550억 위안(약 10조원)의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11일에는 공식 계정을 통해 현재도 단계적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고객과 투자자, 파트너에게 사과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비구이위안은 최근 유동성 악화 속에 지난 7일 만기였던 달러채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를 갚지 못한 상태다. 30일간의 유예기간에도 채무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비구이위안의 부채 규모는 총 1조4000억 위안에 달한다.
비구이위안은 헝다, 완커와 함께 중국 3대 부동산 개발업체로 꼽힌다. 그동안 디폴트 위기를 비껴간 몇 안 되는 부동산 기업 중 하나였던 비구이위안이 채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될 경우 부동산 붕괴는 물론 중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국 부동산 경기는 2021년 헝다그룹의 디폴트 사태 이후 최악의 상황에 몰려있다. 7월 중국 100대 부동산 업체들의 주택 판매는 3504억 위안(약 6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1% 급감해 최근 1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비구이위안이 디폴트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난다고 해도 '제2의 헝다 사태'로 불리는 이번 비구이위안 사태는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졌음을 알리는 경고 신호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최근 중국 지도부는 정치국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줄곧 강조해 오던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경고성 문구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부동산 정책 기조 전환을 시사,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업계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파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의 앤디 수엔 아시아 공동 책임자는 "그 (중앙정치국 회의) 이후 긍정적인 정책 신호가 있었지만, 부동산 산업 안정화를 위해서는 보다 가시적이고 시의적절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개발업체들의 지속적인 채무 불이행은 주택 구매자들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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