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 시대] 앞뒤 안 가린 당국의 '소비자 편의 정책', 보험권 양극화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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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현 기자
입력 2023-08-2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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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車보험료 인하 압박에 중소사 고객, 대형사로 이탈 불가피

  • 비교 서비스 출시 앞두고 빅테크 '보험 독과점 판매' 우려

  • "오히려 소비자 피해 전가시키는 요소로 전락할 수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이 소비자 편의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해당 정책들은 대형사들의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해 양극화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본다. 당국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에 관련 사업 분야 과점 체제가 심화되는 데 이어, 최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보험권 자체의 빅테크 종속 우려까지 거론되고 있다. 

당국의 무조건적인 보험 편의 논의가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권 편익을 감소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관련 정책 도출 시 보험권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지속된 車보험료 가격통제에…대형사 쏠림 '가속화'

중소형 손해보험사들은 당국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으로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통상 흑자를 기록 중인 대형 보험사 중심으로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데, 매년 갱신하는 자동차보험 특성상 보험료가 저렴한 대형사로의 가입자 이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자동차보험 사업 실적'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12곳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매출액(원수보험료)은 20조7674억원으로 전년 대비 2.4%(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손해율 등이 개선된 데 힘입어 전년 대비 20.1%(799억원) 증가한 4780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1.2%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개선됐다. 손보사들은 통상 사업비를 고려해 '77~80% 초반대'를 적정 손해율 수준으로 본다. 지난 2021년 자동차보험이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2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이 같은 흐름이 당정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이 지속되는 기조다. 최근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 금융권 이익환원 차원의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지난해 4∼5월 대형 손보사들을 중심으로 자동차 보험료를 1.2∼1.3% 인하한 데 이어, 올 초에도 최대 2.5%의 자동차 보험료 인하가 이뤄졌다. 

다만 중소사들은 이 같은 흑자 흐름이 대형사들에만 해당하는 사안이어서, 적자가 지속되는 본인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한다는 입장이다. 중소사들의 경우 대형사 대비 가입자가 적고 사업비가 많지 않다 보니, 한 번의 사고 발생 시 손해율이 급격히 올라 흑자를 보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한다. 

실제 중소 손보사 4곳(MG·AXA·하나손해보험, 흥국화재)의 지난 1~6월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86.7~97.5%로 집계됐다. 회사별로 흥국화재 86.7%, AXA손보 89.5%, 하나손보 89.7%, MG손보 97.5%로 나타났다. 

중소 손보사 관계자는 "정부의 가격통제로 대형사 중심의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진행될 때마다 중소사 가입자들 사이에서 '우리도 보험료를 내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된다"며 "대형사와 다르게 손해율이 높아 적자인 중소사들의 경우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보험은 대부분 서비스가 비슷하고, 매년 갱신되는 특성상 보험료가 저렴한 대형사로의 가입자 환승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며 "관련 시장이 점점 독과점 체제로 치닫고 있음에도, 의무보험 특성상 정부의 시장개입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관련 업계도 이를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올 하반기 자동차 보험료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점쳐져, 중소사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 순익 8조원의 역대급 실적을 거둔 데 이어, 당국의 상생금융 기조와 맞물려 관련 압박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올 상반기 대형사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관련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의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모두 70%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사별로 보면, 해당기간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77.4%,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 각각 77.3%, 메리츠화재 76.7%, KB손해보험 76.9%, 한화손해보험 79.4%로 집계됐다.

 
사진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빅테크 '보험 독과점' 시대 도래하나 

보험업계에서는 당국의 무조건적인 소비자 중심 정책 논의들이 빅테크의 '보험 독과점 판매 현상'을 불러일으킬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국은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보험사들의 온라인 보험상품을 비교 및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말 그대로 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사의 온라인 상품을 한눈에 비교하고,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받아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골자다. 당국은 전산구축 과정 등을 거쳐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관련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해당 서비스 출시 시 장기적으로 온라인 플랫폼들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높은 수수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지배력 증대는 보험사와 소비자가 플랫폼에 종속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보험료 인상 여부 등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당국은 플랫폼이 보험사로부터 수취하는 수수료가 보험료로 전가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수료 한도를 설정했지만, 결과적으론 보험료가 인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그간 보험사들은 자체 온라인(CM·사이버마케팅) 채널인 '다이렉트'를 통해 인터넷에서 관련 상품들을 판매해 왔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을 거쳐 자사 다이렉트 채널에 고객 유입이 이뤄지게 되면 해당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급, 이전 대비 불필요한 사업비가 지출된다.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최근 배달플랫폼의 몸집이 커지면서 음식값, 배달료 등 소비자의 비용부담이 커진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플랫폼 업체들의 공정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빅테크들의 보험 독과점 우려를 키우는 이유다. 수수료를 많이 낸 업체 상품을 비교·추천 서비스 상단에 표출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당국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코스콤 등)으로부터 플랫폼 업체들이 알고리즘 검증을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그동안 네이버 쇼핑 등 'AI 알고리즘 중립성 논란'이 존재해왔고, 최근엔 정치권을 중심으로 뉴스 알고리즘 문제가 지속 제기된 점도 해당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비교·추천 서비스 운영사가 자체 보험사를 보유해 관련 우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사를 출범시킨 바 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아직 많은 상품군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자신들을 비교·추천 서비스와 연계 시 보험 판매 분야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보험권 일각에선 보험협회가 운영 중인 '보험다모아' 서비스 활용 강화 방안도 동시에 이뤄져, 관련 리스크들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다모아는 2015년 생명‧손해보험협회가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 설립한 온라인 전용 보험비교 서비스다. 원하는 상품의 보험료 및 보장내역 등을 비교할 수 있고, 바로 보험사 홈페이지로 이동해 가입할 수 있다. 현재 보험다모아가 플랫폼 회사들의 비교·추천 상품 유형보다 더 많은 상품군을 운영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만든 해당 서비스가 오히려 빅테크 독과점 현상을 불러일으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요소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보험 소비자들을 위한 정책들도 중요하지만, 이와 맞물려 관련 업계가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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