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 시대] "대형은행에 밀리고 인뱅에 치이고"…지방은행 열세 극복 묘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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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3-09-1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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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테크·글로벌부터 전국구 은행 전환 등 돌파구 모색 중

  • '지방은행 부재' 충청·강원·경기선 "우리도 지방은행 필요"

지난 7월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콘퍼런스홀에서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DGB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인가 추진 결정과 관련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은 이날 대구은행 본관 별관 전경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6일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콘퍼런스홀에서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DGB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인가 추진 결정'과 관련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은 이날 대구은행 본관 별관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형 시중은행뿐 아니라 강력한 플랫폼을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인뱅)도 빠른 성장세로 지방은행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지방은행들은 인지도와 지역적 한계 등 구조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핀테크·인뱅과 손을 잡고 ‘합종연횡’에 나서는가 하면 일부 은행은 시중은행 전환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은행이 부재한 지역에서는 이러한 상황조차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높다.

◆ "살 길은 '영역 확장'뿐?"···핀테크·글로벌부터 전국구 전환까지 돌파구 모색

금융권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에 기반을 둔 광주은행과 ‘인뱅’ 토스뱅크는 올 하반기 공동대출 상품 출시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방은행과 인뱅 간 공동대출은 금융권에 전례가 없는 형태다. 새롭게 선보일 상품은 고객이 인뱅 앱에서 대출을 신청 시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각각 심사를 해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대고객 업무는 토스뱅크가 맡게 된다.

광주은행은 이번 공동상품 출시를 통해 금융소비자들과 접점이 높은 인뱅의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비대면 대출 수요를 흡수하고 인뱅의 고도화된 대안신용평가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토뱅 역시 광주은행과 손을 잡고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광주은행 모기업인 JB금융그룹은 핀테크업체인 핀다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상호 지분 인수 계약을 통해 핀크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기도 했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지난달 열린 2분기 실적발표에서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산업 개선안의 중요한 어젠다 중 하나가 인뱅과 지방은행의 공동대출 상품을 활성화하는 것”이라며 “전북은행에 대해서도 타 인뱅과 협업해 공동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등 열린 자세로 플랫폼, 빅테크 기업과 상생하고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NK금융그룹 산하 부산은행도 글로벌과 핀테크 등을 중심으로 먹거리 창출과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부산은행은 지방은행으로는 처음으로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를 출범하고 WM 강화에 나서는가 하면 영업센터를 중심으로 수도권 진출도 꾸준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올 들어 베트남 현지 상업은행인 ‘사이공-하노이은행(SHB)’ 경영진과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칭다오농상은행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시장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지역적 한계를 넘어 전국구 도약을 준비하는 은행도 있다. DGB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전담팀(TFT)'을 구성하고 시중은행 인가를 준비 중이다. 최근 대구은행 불법 계좌 개설 등 이슈가 있긴 하지만 대구은행은 당초 계획대로 시중은행 인가를 추진해 이르면 이달 말 금융당국에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은행 관계자는 “자사 뱅킹앱인 IM(아이엠)뱅크 브랜드를 강화해 리테일 영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 "왜 우리 지역에는 없나요?" 그럼에도 지방은행 필요성 목소리 내는 지자체들

지방은행들 상황이 이처럼 녹록지 않지만 이조차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곳도 있다. 지방은행이 없는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기업에서는 여전히 지방은행 설립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효율성을 근거로 지역 내 점포 수를 줄이는 가운데 금융 양극화 해소와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역에 뿌리를 내린 은행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현재 서울·세종을 제외하고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은 경기(인천)·충청(대전)·강원이다. 이 중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 지방은행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지방은행 설립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충청도다. 충청권은 2021년부터 최대 현안 사업 중 하나로 지방은행 설립을 꼽고 충청남도와 충청북도, 대전시 등이 팔을 걷고 은행 설립을 추진 중이다. 

강원도 발전과 지역경제 진흥을 목표로 하는 강원연구원도 지난해 하반기 보고서 발간을 통해 지방은행 설립 타당성에 힘을 싣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황규선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강원도는 지방은행이 있는 지역과 비교해 예금·대출비율이 현저하게 낮다”면서 “특히 지방은행 부재는 자금 지원 측면에서 중소기업 육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과 함께 수도권으로 분류되는 경기도에서도 ‘경기형 지방은행’ 설립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채명 경기도의원은 지난달 24일 “은행법 개정 등으로 자본금·중소기업대출비중 등 지방은행 영업규제 수준이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완화된 만큼 경기도형 지방은행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경기도는 지역은행 부재로 지역자본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지 않아 높은 역외 자본 유출과 예대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단체들이 이처럼 지방은행 설립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하는 데에는 은행업을 바라보는 정부 시각과 신규 은행 설립 키를 쥔 금융당국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시중·지방은행에 이어 인뱅과 핀테크 등장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중평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5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 카르텔을 지적하면서 은행권 내 새 주자 진입을 통해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금융당국 역시 정부 시각에 발맞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안을 통해 지방은행과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인가 정책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해당 안에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뿐 아니라 자금력과 사업계획 등 요건을 갖춘 저축은행을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는 등 이른바 ‘승격제’ 도입을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지방은행 추가 설립이 현실화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처럼 쌓여 있다. 가장 큰 이슈는 자본력과 수익성 확보다. 지방은행 신규 설립을 위해서는 최소 250억원 이상 법정 설립자본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금융기관 인력 운영과 부지 확보, 시스템 구축 등에만 최소 3000억원 이상 필요하다. 문제는 자치단체 출자 비율이 15%로 제한돼 있어 민간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나 지역 내에서 거액을 투자할 기업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자체 간 공조도 쉽지 않은 이슈다. 실제 충청은행 설립을 공동 추진하던 대전시와 충청남도 간 의견 차가 불거진 가운데 현재는 투트랙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전시는 2024년까지 벤처창업 공공투자 전문기관인 대전투자금융㈜을 설립하고 2026년까지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인 은행을 설립한다는 구상을 내놓고 추진 중이고 충남도는 자본금 최대 5000억원 규모인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위해 출자자 물색 등에 나섰다.

지방은행 설립에 있어 관건은 지속 가능한 생존과 수익성 확보가 꼽힌다. 당국도 신규 은행 설립 대신 저축은행에서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는 데 물꼬를 터놨지만 고객군 변경이 불가피한 만큼 금융권 안팎에서는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존재하는 지방은행들조차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자 확보부터 실제 설립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존 은행들과 차별화,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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