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AI 관련주 매물이 출회되면서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AI 관련주가 이차전지 관련주보다는 성장성이 높다고 바라보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은 하나마이크론(1042억원)이었다. 같은 AI 테마로 묶이는 레인보우로보틱스, 루닛, ISC도 각각 외국인 순매수 종목 2위, 3위, 6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해당 종목들을 각각 975억원, 844억원, 395억원어치 사들였다.
증권가에선 테슬라 상승세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주가 급등은 국내 증시에서도 최근 모멘텀과 수급이 이동하고 있는 AI와 자율주행 관련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를 개선시켜 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하반기 전 세계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거론되는 ARM 상장도 하반기 전 세계 AI 관련주 주가를 상승시킬 모멘텀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4일 뉴욕 증시에 상장한 ARM은 최근 생성형 AI 특수를 만끽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이어 월가에서 반도체 랠리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로 25% 가까이 폭등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AI 업종이 상승 여력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AI 산업 관련 종목들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여 관련주들에 주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AI 산업 종목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엔비디아 실적은 다음 해까지 지속적이고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ETF 시장에서도 AI 테마가 주목받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출시된 이후 올해 상반기부터 AI 열풍이 일어나면서 ETF 분야에서도 AI 관련 투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ETF는 지난 18일 기준 연초 이후 60.43% 올랐다. 해당 ETF는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 장비 △파운드리 대표 기업에 약 80%를 투자하는 상품이다. 대표 기업은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이다.
같은 기간 KODEX K-로봇액티브ETF는 53.41% 수익률을 기록했다. TIGER 스페이스테크iSelect와 SOL KEDI메가테크액티브도 각각 11.91%, 22.12% 올랐다. 이들 종목은 AI와 로봇 기업들을 주로 담고 있다.
AI ETF들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자산운용사들은 AI 관련 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8월 AI, 빅데이터, 로봇 등 혁신성장 테마에 투자하는 TIGER ETF 상품 2종을 신규 상장했다. TIGER글로벌AI&로보틱스INDXX ETF는 AI와 로보틱스 분야 글로벌 대표 기업들에 투자한다.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서비스 로봇, AI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자율주행차 기업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AI가 주식뿐만 아니라 ETF 시장에서도 큰 축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일 삼성자산운용이 PB 회원 10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차전지, 그다음 ETF 테마는?'이라는 설문조사에서 AI와 반도체가 335명(32%)에게 선택을 받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설문 결과에 대해 김도형 ETF컨설팅본부장은 "AI가 가져올 사회적 변화와 이에 따른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에 전문 자산관리자들이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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