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소주 시장 실패는 와신상담으로 이어졌다. 2년만에 신세계그룹이 들고 나온 소주는 기존에 인기를 얻던 저도주와 달리 높은 도수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25일 신세계L&B에 따르면 알콜 도수 24도의 소주 킹소주24를 출시하고 지난 21일부터 이마트24에서 단독으로 판매를 개시했다.
신세계그룹은 2016년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소주브랜드 '푸른밤'을 론칭했으나 2021년을 끝으로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40만병 한정 수량으로 선보이는 킹소주24의 용량은 360㎖로 신세계L&B 제주사업소에서 생산된다. 킹소주24는 이름처럼 알코올 도수 24도의 소주가 특징이다.
저도주 열풍으로 소주 도수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오히려 높은 도수를 강조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대중적인의 소주보다 특별한 소주인 점을 부각시켜 고도주 선호층을 공략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마트24와 신세계L&B는 출시와 함께 판매 촉진 행사를 열고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양사는 다음달까지 발포주 '킹덤오브딜라이트' 3종과 '킹소주24'를 골라담기 방식으로 구매할 수 있는 '소맥 협업' 콘셉트의 결합할인(6개 9900원) 판매 행사를 연다. 다만 대형마트 등 유통 채널 확대에는 선을 긋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0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세계L&B 대표를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로 교체하며 주류 사업에 힘을 더욱 싣는 분위기다. 식음료업계 이력이 화려한 송현석 대표를 신세계L&B 수장으로 앉혀 지난해 선포한 종합주류회사로의 도약의 꿈을 이루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송현석 대표는 '식음료 마케팅통'으로 분류된다. 지난 2002년 맥도날드 마케팅 팀장을 거쳐 2004년엔 얌 브랜드 피자헛 미국 본사 브랜드 총괄 임원과 코리아 마케팅 총괄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10년엔 오비맥주로 자리를 옮겨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지내며 국내 주류 시장을 경험해본 만큼 적임자란 평가다.
송 대표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킹소주24의 성공적인 데뷔와 함께 신세계L&B의 부진한 실적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 신세계L&B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92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8.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은 7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상반기 88% 급감한 수준이다. 송 대표는 신세계푸드와 신세계L&B 대표를 겸직하며 식품과 주류 사업의 시너지를 꾀하며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L&B가 발포주 '레츠'에 이어 킹소주24 출시로 주종을 넓혀 종합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어 마케팅, 주류, 식품업계를 두루 경험한 송 대표가 적임자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면서 "24도 고도주로 다른 업체와 차별화를 꾀했지만 고도주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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