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중국 증시는 비구이위안발 부동산 위기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확산 및 금리 우려 등 대내외 악재 속에 하락 마감했다. 상하이지수는 연저점까지 고꾸라졌고, 선전과 창업판 지수는 3년 반래 최저치까지 밀렸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53.32포인트(1.74%) 하락한 3005.39, 선전성분지수는 161.59포인트(1.65%) 내린 9655.09로 장을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 지수 CSI300과 기술주 중심의 창업판은 각각 77.03포인트(2.13%), 24.73포인트(1.28%) 하락한 3533.54, 1913.70에 마감했다.
외국인 자금 역시 대거 이탈했다. 이날 상하이·선전 증시에서 빠져나간 북향자금(北向資金·외국인 자금) 규모는 총 117억4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이 중 홍콩에서 상하이로 투자하는 후구퉁을 통해 69억7300만 위안, 홍콩에서 선전으로 투자하는 선구퉁을 통해 47억3100만 위안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약 한 달 만의 최대 규모 일일 유출이다.
비구이위안이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영향이 컸다. 비구이위안은 전날 만기가 도래한 달러 채권의 이자 1540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했다. 비구이위안은 성명을 내고 “모든 역외 채무에 대한 지급 의무를 제때 다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채무불이행 수순을 밟으면서 경영진의 해외 도피설까지 나왔지만 사측은 이를 부인했다.
노무라증권의 팅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황금연휴 이후 여행과 모임에 대한 억눌린 수요가 눈에 띄게 줄 수 있고, 부동산 시장 역시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증시가 현재) 바닥이라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며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여전히 침체돼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이란이 아랍 국가들의 대 이스라엘 원유 수출 중단을 주장하는 등 중동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외에 10년물 미국채 금리가 5% 가까이 다가서면서 미-중 금리차가 더욱 확대된 것 역시 증시 매력을 떨어뜨렸다.
업종 별로는 항공우주장비(1.16%), 반도체(1.04%), 전자화학(0.26%), 전문서비스(0.21%)를 제외한 모든 업종이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보험·석유·의약·자동차·은행·양조 관련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반도체주는 전날 미국 상무부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급락한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증시의 전반적인 흐름과 다르게 화웨이 전기차 테마주에 연일 훈풍이 불고 있다.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가 대박을 터트린 데 이어 화웨이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토(AITO)’가 내놓은 신차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다. 아이토는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M7이 출시 한 달 만에 6만대 이상의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목별로 보면 톈인지뎬(天银机电·300342.SZ, 12.16%) 텅룽구펀(腾龙股份·603158.SH, 10%), 밍커징지(铭科精技·001319.SZ, 2.47%) 베이치란구(北汽蓝谷·600733.SH, 0.88%)가 강세를 보였다.
대내외 악재가 겹친 가운데 이날 홍콩 증시도 크게 흔들렸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장 대비 2.46% 밀린 1만7295.89로 장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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