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3구역 사태' 이후로도 서울시의 소셜믹스(사회적 혼합) 기준에 어긋나는 임대주택 설계안이 강남 압구정 재건축 밑그림에 여전히 등장, 선정되고 있다. 압구정 4·5구역 모두 임대주택을 일반 조합원 주거 동과 분리한 설계안을 제시했는데, 시는 최근 강남구청을 통해 이처럼 잘못된 정보를 담은 설계안에 대한 안내를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는 최근 압구정 일대 재건축 설계안 등에서 임대주택 관련 지침 위반 사항을 확인, 구청에 '임대·일반분양 가구를 조합원 가구와 분리 배치하는 계획은 불가능한 내용이니 주민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안내 조치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소셜믹스는 서울시 재건축, 재개발 시 임대주택과 일반·조합원 분양주택을 같은 동에 혼합 배치해야 하는 서울시 지침이다. 시는 지난 2021년 10월부터 서울 시내 모든 재개발, 재건축 단지에 임대주택 소셜믹스 의무화를 도입했다.
앞서 지난 7월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 공모에 참여한 설계업체가 용적률과 임대주택 배치 의무를 위반해 서울시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하지만 압구정3구역 설계전 이후로도 압구정 지구 재건축 설계전에 참여한 대부분 설계업체들이 임대주택 동을 따로 배정하는 설계안을 제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까지 진행된 압구정5구역 설계전에서는 설계사로 최종 선정된 해안건축을 포함해 공모에 참여한 건원건축과 ANU건축 모두 임대·일반분양을 분리 배치한 설계안을 제시했다. 앞서 진행된 압구정4구역도 마찬가지다. 공모에 참여한 건원건축과 정림건축, 토문건축, 디에이건축 네 곳 모두 조합원 단지와 떨어진 곳에 임대주택 동을 따로 설계했다.
이처럼 임대 및 분양단지를 별도의 동으로 따로 배치하는 것은 소셜믹스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임대주택이 어느 동에 들어갈지는 추후 추첨을 하게 돼있어 임대주택 동과 조합원 동을 사전에 분리해 설계, 건축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설계업체들이 임대와 조합원 단지를 분리 배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임대주택은 서울시가 판단,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실현불가능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설계업체들은 임대주택만 분리 배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면적별로 동을 배치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최근 압구정5구역 설계공모에 참여한 한 설계업체는 "서울시 임대주택 면적기준이 있는데 조합원 가구의 중대형 면적 대신 소형면적대만 모아 임대주택·일반분양 가구가 있는 동으로 분리 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 측은 "시는 소셜믹스 원칙에 따라 한 곳에만 임대주택이 몰리지 않도록 조정한다"며 "중소형 면적대를 한 동 또는 한 블록에 다 몰아놓겠다는 식의 계획은 기본적으로 서울시 심의위원회를 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타입을 함께 혼합해 배치하는 게 원칙이며 임대주택 면적기준도 전용 85㎡까지 해당되기 때문에 충분히 혼합 배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비사업 추진 시 설계업체는 사업시행계획인가 등 인허가 단계에서 임대주택 건설관련 도서 작성을 주관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지금처럼 서울시 기본 지침에 위반되는 내용의 설계안을 제시할 경우, 주민들은 임대주택과 분리된 조합원 단지 건립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시는 내년 초 소셜믹스 기준이 명시된 도시주거환경 기본계획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 고시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는 소셜믹스 관련 내용이 대외적으로 고시돼 있지는 않은데, 이번 기본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기준을 명확히 언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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