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12일 국내 은행지주와 은행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모범관행은 지배구조를 만드는 데 따라야 할 가이드라인이며, 법적으로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은행권이 올바른 지배구조를 정립하기보다는 형식적인 준수에 기대왔던 만큼 앞으로는 모범 관행을 통해 문화를 바꿔보겠다는 취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나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하는 이사회와 감독당국은 한 배를 탔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사회는 자칫 단기 성과에 매몰되기 쉬운 내부 경영진이 경영 건전성과 고객 보호 등에 소홀하지 않도록 통제·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된 변화로는 은행지주·은행 승계 절차가 촉박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최소 3개월 전부터 개시하도록 했다. 통상 은행들은 승계 절차 개시 시점에 대한 규정이 없다 보니 최종 후보 결정까지 평균 45일 걸렸고 쇼트리스트(최종 후보군)에서 최종 후보를 확정하기까지는 평균 11일에 불과했다. 글로벌 기업은 1~2년 전부터 유력 후보를 선별하는 점 등을 고려해 추후 승계 절차 개시 시점은 더욱 길게 하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사외이사 지원 전담조직 신설 △CEO 후보 축약 과정 기록·공시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역할 보장 △집합적 적합성 확보를 위한 역량평가표 작성 △사외이사 임기 다변화 등을 제시했다. 금감원은 이번 발표가 대내외 모범 사례를 종합한 만큼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경영진을 견제할 사외이사와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하는 조치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사외이사 선출과 관련한 언급이 빠졌다. 그간 은행지주 사외이사를 향해 거수기 논란이 일었던 것은 사외이사진이 경영진에 우호적인 인물들로 구성돼 이들을 두둔했기 때문이다. 현행 사외이사는 과점주주 또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추천으로 선임되고, 사추위는 100%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해서는 옥석을 가려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복현 원장은 "사업성이 미비한 사업장이나 재무적 영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설사·금융사는 시장 원칙에 따라 적절한 조정·정리, 자구노력, 손실 부담 등을 전제로 한 자기 책임 원칙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심각한 사업장은 단계적으로 정리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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