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충섭 작가의 작품은 ‘한국(동양)과 미국(서양)’ 또는 ‘자연(시골)과 문명(도시)’ 그 사이 중간 어딘가에 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의 작품은 새로운 느낌을 갖게 한다.
임충섭 작가의 개인전 ‘획(劃)’이 오는 14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개막한다. 2017년 ‘단색적 사고’와 2021년 ‘드로우잉, 사잇’에 이어 2년 만에 갤러리현대가 기획한 세 번째 개인전이다.
1973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 2023년까지 약 40여 년의 작업들을 살피는 자리이다. 자유형 캔버스와 드로잉, 발견된 오브제, 고부조, 아상블라주, 영상과 결합된 키네틱 설치 등 4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수직적인 빌딩이 가득한 문명 도시 뉴욕에서의 삶과 어린 시절의 들판이 수평으로 펼쳐진 자연의 기억을 모두 갖고 있는 임 작가는 12일 열린 간담회에서 “작품 세계에서 촉매라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층 전시장에 설치된 자유형 캔버스 작품 ‘수직선 상의 동양 문자’와 ‘하얀 한글’에는 동양의 한자 언어와 한글의 초성이 담겨있다.
‘수직선 상의 동양 문자’에는 서구의 수직성, 수직구조(빌딩)를 상징하는 선들 사이로 한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하얀 여백들 사이에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미니멀한 형태로 그려진 ‘하얀 한글’에서는 동양의 여백과 한글이 가진 조형성을 느낄 수 있다.
임 작가는 “한자는 수직적이고 기하학적이다. 한글은 쉽고 순하면서 조형적 요소를 갖고 있다”고 비교했다.
지하 전시장에서는 임충섭의 시그니처로 알려져 있는 고부조와 오브제 아상블라주 작업이 소개된다.
작가는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고층 빌딩에서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포착했다.
캔버스 작품 ‘사잇 – 잿빛 도심 속 아기 새들의 첫 비행’에 대해 임 작가는 “엠파이어스테이트에서 아기 새 2마리가 어미 새와 함께 처음으로 나는 훈련을 하는 아찔한 광경을 본 후 만든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2층 전시장에서는 자연과 문명의 조화로운 만남을 건축적인 접근으로 시각화하는 키네틱 설치작업 ‘길쌈’을 만날 수 있다. 전통적인 베틀을 닮은 구조물이 벽면에 기대어 있고, 바닥에서 올라오고 천장에서 내려오는 실과 나무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서로 마주보며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전시는 내년 1월 21일까지.
임충섭은 1941년 충북 진천 출생으로 1964년 서울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93년 뉴욕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갤러리현대(2023, 2021, 2017), 신갤러리(2022), 코리아소사이어티갤러리(2015), 우민아트센터(2014), 국립현대미술관(2012), 학고재(2010), 창아트(2009), 아시안아메리칸아트센터(2006), 국제갤러리(2006, 1999, 1995), 사비나리갤러리(2005), 로댕갤러리(2000), 샌드라게링갤러리(1997, 1992, 1989), 플러싱 문화예술협의회(1994), 뉴버거미술관(1993), 도로시골딘갤러리(1993), 갤러리원(1986), O.K.해리스갤러리(1980)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임 작가의 작품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허시혼미술관과 조각정원,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선재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 타베르나 시각예술센터, 시드니대학교 파워미술연구소, 일신문화재단, 아시안아메리칸아트센터, 환기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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