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경쟁촉진법(가칭 플랫폼법) 제정 추진에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디지털 관련 협회와 단체는 플랫폼법 제정 시 규제가 늘고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정위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라고 반박하고 있다.
24일 정부 부처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과 주요 벤처기업으로 구성된 디지털경제연합은 지난 9일 공정위와 플랫폼법 관련 간담회를 열 예정이었다. 디지털경제연합이 먼저 제안한 것인데 열리기 이틀 전 돌연 취소했다. 취소 사유는 공정위가 플랫폼법 초안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디지털경제연합에 소속된 벤처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유관 단체도 공정위와 중소벤처기업부에 간담회를 제안했다가 마찬가지로 법안 공개 여부로 논란을 빚다가 만남이 좌초했다. 결국 공정위를 제외하고 중기부만 지난 18일 긴급 간담회 형식으로 업계 의견 청취에 나섰다.
플랫폼법은 시장 내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주요 4가지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게 골자다. 불공정 행위는 △멀티호밍(자사 이용자의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최혜 대우(자사와 거래하는 조건을 타사와 비교해 동등하거나 더 유리하게) 요구 △자사 우대(자사 제품을 더 유리하게 취급하는) 행위 △끼워 팔기(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를 함께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등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의 경쟁 제한 효과가 입증됐다는 입장이다.
플랫폼법이 제정되면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기업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매출과 이용자 수 등이 국내 최대 규모이기 때문이다. 반면 플랫폼 독과점 차단이 취지인 법안이라 중소·벤처기업들은 수혜를 누릴 공산이 크다.
그런데도 중소·벤처기업들은 표면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거대 플랫폼 기업의 압력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과 직접적인 사업 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가 대다수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공정위와 진행하려던 대화가 무산된 것도 그 일환일 수 있다. 2만여 회원사가 소속된 디지털경제연합은 7개 협회·단체로 구성돼 있다. 그중 규모가 큰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경우 네이버, 카카오, 쿠팡, 지마켓 등이 가입사다.
공정위는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를 순차적으로 방문해 플랫폼법 취지와 내용, 필요성 등을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법 제정 취지를 설명하며 소통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법을 만들기 위해 업계 의견을 청취해야 하는데 자꾸 약속이 취소돼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플랫폼법은 (대상 기업을) 사전 지정할 뿐 사후 규제이며 사전 규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전 규제는 '타다 금지법'처럼 시장 진입을 봉쇄하는 것인데 플랫폼법은 다르다"며 "부정적 영향을 미칠 플랫폼을 사전 지정해 들여다보자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국내 사업자만 규제를 받고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역차별 우려에 대해서는 "국내외 차별 없이 투명한 규정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퀄컴에 1조원대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를 떠올린다면 불필요한 논란"이라고 선을 그었다.
플랫폼법이 도입으로 소비자가 되레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업계 주장에 대해 공정위는 "소비자가 혜택을 받는 사안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경우는 없다"며 "오히려 시장에 다양한 사업자가 출연해 품질·가격 경쟁을 벌이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가격 부담도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법안 초안이 완성되면 업계 주장을 반영하는 절차를 거친 뒤 당정 협의를 통해 이르면 다음 달 중 최종적인 정부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육 사무처장는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최종 합의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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