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일가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계열사를 동원해 다른 계열사인 삼립에 이익을 몰아준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증여세 회피로 얻은 이익보다 검찰이 주장한 계열사 주식 저가 양도로 본 손해가 크다며 배임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이사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2년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적정가액보다 현저히 낮은 255원에 매도했다고 봤다. 이로 인해 파리크라상은 121억원, 샤니는 58억원 손해를 입은 반면 삼립은 179억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밀다원 주식 적정가액은 재판 과정에서 쟁점으로 부각됐다. 허 회장 측은 "1595원이라는 적정가액은 당황스럽다"며 "공정거래위원회도 밀다원 주식의 정상가격을 404원으로 보고 255원과의 차액에 대해 부당지원이라고 판단했다"며 반발한 바 있다. 재판부도 지난해 4월 첫 재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적정가액 산정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적정가액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곡물 가공업 특성상 지속적인 성장을 예상하기 어렵고, 미래 가치를 주식 가치에 반영하는 것은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중대한 문제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SPC그룹이 일반적인 비상장주식 거래와 마찬가지로 과거 3년간의 순손익을 기준으로 원칙적인 주식 가치 평가 방법을 채택한 것일 뿐, 그 평가 방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거나 실무 담당자들이 회계법인의 평가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배임 혐의도 성립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칙적 방법에 따라 양도주식 가액을 정한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2년 당시 도입됐던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에 대해 "편법적 지배구조에 따라 얻게 될 이익을 증여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당시 새로 도입된 제도에 대응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지, 주식의 양도가액이 저가인지 고가인지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식양도로 부과를 피할 수 있는 증여세는 7억여원"이라며 "그런데 피고인은 (밀다원) 주식가치를 250원으로 적용하면서 오히려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파리크라상과 샤니의 주식을 전부 소유해 공소사실에 기재된 계산 방식을 따를 때 파리크라상과 샤니의 손실 179억원을 궁극적으로 자신이 다 입게 된 결과로 귀결됐다"고 지적했다.
SPC는 선고 직후 입장을 내고 "오해와 억울함을 풀어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SPC그룹은 국내는 물론 해외 글로벌 사업을 통해서도 식품기업으로서 바른 경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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