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떠난 첫날, 이른바 ‘빅5’ 병원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예약된 진료가 취소될까 봐 불안한 환자는 아침 일찍부터 병원을 찾아 상황을 물어보기도 했고, 노모를 모시고 진료를 기다리는 아들의 눈에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20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회사원 김만수씨(44·가명)는 “외래 진료가 기약 없이 밀릴까 봐 급하게 연차를 내고 어머니와 부랴부랴 병원에 왔다”면서 “어머니가 ‘아픈 게 죄다. 미안하다’라고 하시는 데 가슴이 찢어지더라. 다음 예약을 잡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 환자, 보호자들의 고통과 불안이 너무 크다. 빨리 이 사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암 수술을 앞둔 환자의 마음은 더 애달프다. 3월 중순 빅5 병원에서 수술 예약이 잡혀있다는 이민옥씨(53·가명)는 “정말 1분 1초가 불안하고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 뉴스를 보니 수술 예약이 뒤로 밀릴 수 있단 말에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답답한 마음에 병원에 전화를 해서 물어볼까 하다가 직접 왔다. 현재로서는 예측이 어렵단 답변을 들었다”면서 “목숨이 달린 문제다. 대체 어쩌자는 건지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실상 ‘의료계 파업’이 본격화한 가운데, 정부는 19일부터 관련 피해 사례를 집계하기 시작했다. 피해 사례 중에서는 1년 전 예약한 수술이 밀리는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를 휴직했으나 갑작스럽게 입원이 지연됐다”면서 “본인 요청에 따라 법률서비스 지원을 위해 법률구조공단으로 연계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 교수진·간호사 피로도↑···“진료 차질 불가피, 수술 건수 ‘반토막’ 이하 될 것”
병원 밖으로 나간 전공의들을 대신해 전문의와 간호사들이 당직 근무를 서야 하는 상황이다. 남은 이들의 피로도 누적 역시 우려스럽다.
빅5 병원 응급실 소속 간호사 이씨는 “현재 응급실에는 단 한 명의 전공의도 남지 않았다”면서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할지 몰랐는데 진료공백을 언제까지 대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피로감이 쌓인다”고 토로했다.
교수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내 대형 병원 신경과 교수는 “전공의들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지 않나. 결국 교수진이 당직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면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술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하던데 그 이하로 급속도로 줄어들 것이다. 진료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주요 병원들은 당장의 의료 공백에 대응하고자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예약 환자들에게 안과는 전공의 진료중단 여파로 외래진료가 불가하다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앞서 의료진에겐 전공의 공백에 대비해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 달라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역시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혼란이 가중하지 않도록 수술과 입원 스케줄 조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빅5 병원 응급실 소속 간호사 이씨는 “현재 응급실에는 단 한 명의 전공의도 남지 않았다”면서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할지 몰랐는데 진료공백을 언제까지 대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피로감이 쌓인다”고 토로했다.
교수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내 대형 병원 신경과 교수는 “전공의들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지 않나. 결국 교수진이 당직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면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술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하던데 그 이하로 급속도로 줄어들 것이다. 진료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주요 병원들은 당장의 의료 공백에 대응하고자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예약 환자들에게 안과는 전공의 진료중단 여파로 외래진료가 불가하다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앞서 의료진에겐 전공의 공백에 대비해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 달라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역시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혼란이 가중하지 않도록 수술과 입원 스케줄 조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진료 축소 불가피”··· 정부 “응급 수가 인상 등 보상, 2000명 의대 증원엔 강경”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가동되는 비상진료체계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은 2∼3주가량으로 파악된다. 복지부는 2020년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당시 전공의의 ‘무기한 총파업’ 경험을 토대로, 30∼50%의 진료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만 2020년과 달리 이번에는 ‘파업’이 아니라 ‘사직’인 만큼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의료계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4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 보인다”면서 “사태 장기화 시 신규 입원이나 외래 환자 접수가 중단되고 응급실, 중환자실 입원마저 막히면 심각한 의료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따른 진료 공백 발생을 막기 위해, 응급 전문의 진찰료 수가를 인상하고 입원 환자 진료에 대해 추가 보상하는 등 정책 지원에 나선다.
우선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행위,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酬價) 등을 인상한다.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도 신설해 전공의를 대신해 입원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 추가로 보상한다. 권역외상센터 인력·시설·장비는 응급실의 비외상 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입원전담 전문의 업무 범위도 확대한다.
아울러 인턴이 필수 진료과에서 수련 중 응급실·중환자실에 투입되더라도 해당 기간을 필수 진료과 수련으로 인정하는 등 수련 이수 기준도 완화한다.
의료계에선 의대생 2000명을 늘리면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민수 제2차관은 이와 관련해 “정부는 각 대학의 수요조사 결과를 점검해 2000명을 늘려도 현재의 의학평가 기준을 준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1980년대 기준 서울대 의대 정원은 260명이었으나, 현재는 135명이다. 같은 기간 부산대는 208명에서 125명, 경북대는 196명에서 110명으로 줄었다. 또 서울대 의대의 경우 1985년에 비교했을 때 지난해 기초교수는 2.5배, 임상교수는 3배로 늘었다.
박 제2차관은 “교수가 늘어나는 등 현재 의대 교육 여건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면서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2020년과 달리 이번에는 ‘파업’이 아니라 ‘사직’인 만큼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의료계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4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 보인다”면서 “사태 장기화 시 신규 입원이나 외래 환자 접수가 중단되고 응급실, 중환자실 입원마저 막히면 심각한 의료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따른 진료 공백 발생을 막기 위해, 응급 전문의 진찰료 수가를 인상하고 입원 환자 진료에 대해 추가 보상하는 등 정책 지원에 나선다.
우선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행위,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酬價) 등을 인상한다.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도 신설해 전공의를 대신해 입원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 추가로 보상한다. 권역외상센터 인력·시설·장비는 응급실의 비외상 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입원전담 전문의 업무 범위도 확대한다.
아울러 인턴이 필수 진료과에서 수련 중 응급실·중환자실에 투입되더라도 해당 기간을 필수 진료과 수련으로 인정하는 등 수련 이수 기준도 완화한다.
의료계에선 의대생 2000명을 늘리면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민수 제2차관은 이와 관련해 “정부는 각 대학의 수요조사 결과를 점검해 2000명을 늘려도 현재의 의학평가 기준을 준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1980년대 기준 서울대 의대 정원은 260명이었으나, 현재는 135명이다. 같은 기간 부산대는 208명에서 125명, 경북대는 196명에서 110명으로 줄었다. 또 서울대 의대의 경우 1985년에 비교했을 때 지난해 기초교수는 2.5배, 임상교수는 3배로 늘었다.
박 제2차관은 “교수가 늘어나는 등 현재 의대 교육 여건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면서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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