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려의 중심에 보험사들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 가운데 보험사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지난해 해당 손실이 각사별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면서 전 보험권의 해당 손실 규모만 수천억에서 올해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순위별 해외부동산 투자 비중 중 선순위 비중도 낮아 연체발생 가능성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6조4000억원으로 이 중 보험권이 31조9000억원의 잔액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금융권에서 가장 큰 규모이자, 전체 56.6%에 달하는 규모다. 이어 은행 10조1000억원(17.9%), 증권 8조4000억원(14.9%), 상호금융 3조7000억원(6.6%), 여전 2조2000억원(0.5%), 저축은행 1000억원(0.2%) 순이었다.
당국은 보험권의 해외 부동산 투자 잔액 규모가 총자산(1153조4000억원) 대비 2.8%에 불과,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해당 리스크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근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 주재로 열린 '보험업권 현안 간담회'에서 당국은 여러 현안 중 해외 상업용 부동산 등에 대한 손실 위험을 콕짚어 점검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리딩 컴퍼니로 알려진 삼성생명 역시 지난해 300억원가량의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을 콘퍼런스콜을 통해 공식화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권에선 해당 손실 규모에 비춰 지난해 전 보험권의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보험권 관계자는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커지면서 올해 보험업계 관련 손실 규모가 조 단위에 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는 일부 중대형사의 한해 순익과 맞먹는 규모"라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미국 사업용 부동산 리스크와 맞물려 보험권의 북미 투자 비중이 월등히 높은 점도 관련 우려를 키우는 이유다. 지난해 9월 말 은행권의 북미 투자 비중은 5조4000억원에 달했지만, 보험권은 20조5000억원으로 전 금융권 중 해당 지역 투자 규모가 가장 컸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미국 오피스 공실률이 2019년 12월 말 13.4%에서 지난해 6월 말 20.6%까지 상승했다고 추산, 미국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금융권은 보험사들의 '해외부동산 연체 발생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순위별 해외부동산 투자 비중 중 선순위 비중이 다소 낮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의 해외부동산 투자 비중은 선순위 32%, 중순위 26%, 후순위 등 기타 42%로 구성돼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순위성 투자는 손실이 발생했을 때 주주들의 자금 조달이 먼저 이뤄지는 투자 방식이어서, 선순위성 비율이 낮을수록 손실이 나게 되면 자금조달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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