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 주범으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라덕연씨(42‧구속기소)가 주가폭락 원인은 키움증권 등이 관리하던 계좌에서 반대매매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물량을 일괄 매각했기 때문이라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키움증권 측은 이 사건은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라씨가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으로, 기각돼야 한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최욱진 부장판사)는 8일 라 대표가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키움증권,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과 서울도시가스 등을 상대로 제기한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라씨는 지난해 7월 SG증권발 폭락 사태의 배후가 김익래 전 회장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상속세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주가를 낮추기 위해 공매도를 했다는 게 라 대표 측 주장이다.
그해 4월 김 전 회장은 SG증권발 폭락 2거래일 전 보유 중인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시간외 매매로 대량 처분한 바 있다. 당시 SG증권 창구에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왔고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의 주가도 동반 폭락했다. 주가조작 정황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김 전 회장은 한 달여 만에 그룹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라씨 측은 "키움증권 등 피고들이 관리하는 계좌에서 반대매매를 불법적으로 해서 원고들이 손해 입게 돼 이에 대한 법률 배상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상적으로 거래되던 주식이 갑자기 상한가 맞이하고, 8개 종목 연쇄 하한가 맞게 됐다"며 "반대매매 요건이 갖춰지지도 않았는데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대량으로 물량을 청산하고, 일괄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반대매매 요건을 중요하게 보고 있으니 피고 측에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라 대표 측은 반대매매가 어떤 요건을 근거로 이뤄졌는지 구체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입장을 달라고 덧붙였다.
키움증권 측은 "주가조작으로 형사재판을 받는 원고 라덕연이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고 시간을 벌기 위해 소를 제기했다"고 맞섰다. 이어 "원고 측은 시세조종·미공개정보 이용 등의 불법행위를 청구원인으로 들었으나 이를 입증할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도시가스 측도 "성명불상의 공매도 세력이 주식 매도를 공모했다고 주장하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주식 매각은 지극히 정상적이었고 공매도 세력이 존재한 적도 없다. 주가 조작 세력의 내분으로 인해 주가가 폭락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발언 기회를 얻은 라씨는 "이 소를 제기한 건 개인의 재산을 돌려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진실 규명을 위해서"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어제도 검찰 조사를 다녀왔다"며 "키움에서 반대매매 요건이 아님에서도 행한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는데 검사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원고가 불법으로 주가를 부양시킨 것인데 피고들의 시세조종으로 인해 하락했다면 원고의 손해가 있는 건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라덕연 일당은 현재 자본시장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통정매매 등 방식으로 8개 상장사 주가를 부풀려 약 7305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4월 19일을 다음 기일로 지정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