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거래 관망세가 짙어지고 전세 수요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지방 아파트 및 부동산 호재 지역에 대한 외지인의 원정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14일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거래' 통계 분석 결과 지난 1월 부산 지역 아파트의 외지인 거래는 6116건으로, 1년 전인 2023년 1월(2934건)보다 3182건이 늘었다. 증가율로는 108%에 달한다. 이 중 서울 거주자의 부산 지역 아파트 매입은 지난해 1월 26건에서 올해 1월 107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부산 해운대구의 경우 지난해 1월 외지인의 아파트 거래가 122건이었는데 올해 1월 기준 322건으로 증가하면서 부산 평균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해운대구는 최근 1년 간 부산 지역에서 갭투자 매매거래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의 갭투자 거래는 219건으로 전체 부동산 거래 2826건 중 7.7%에 해당한다.
해운대구 재송동 '남성선파크' 전용면적 49㎡는 지난 1월 22일 9500만원에 매매거래됐는데 같은 달 전세거래는 6500만원에 거래돼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3000만원 차이가 나 갭투자가 가장 많이 이뤄진 단지에 이름을 올렸다.
해운대구 재송동에 있는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해운대구는 부산 내에서도 인기있는 지역인 데다 서울 사람들의 '세컨 하우스'로도 각광받고 있다”며 “아파트값이 떨어지니 최근 들어 전세를 끼고 사겠다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충청 지역에서도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충북의 경우 지난해 1월 1787건이던 외지인 아파트 거래가 올해 1월 4147건으로 크게 늘었고, 충남은 지난해 1월 2931건에서 올해 1월 4008건으로 증가했다. 외지인 매수 유입은 충남 아산의 국내 최대 규모 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가동 등 부동산 호재가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1기 신도시 등 부동산 호재가 몰려있는 경기 권역의 외지인 투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경기 지역 전체로 보면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 건수는 지난해 1월 9510건에서 올해 1월 1만8753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경기 성남·고양시의 외지인 투자 증가가 두드러졌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지난해 1월 외지인 아파트 매입 건수는 86건이었지만 올해 1월 215건으로 증가했다. 분당구는 경기도 지역 내에서 최근 1년 동안 갭투자 매매거래가 증가한 상위 4번째 지역이다. 아실에 따르면 분당구 전체 부동산거래 1899건 중 12.4% 수준인 360건이 갭투자 거래로 나타났다.
고양시의 경우에도 지난해 1월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 건수는 308건이었으나 올해 1월 846건으로 증가했다.
GTX 교통 호재로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는 경기 화성시에서도 외지인 거래는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 화성시 지역에서 외지인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해 1월 1603건에서 올해 1월 1998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서울 투자자들의 화성 아파트 매입 건수는 지난해 1월 80건에서 올해 1월 187건으로 뛰었다. 화성시의 갭투자 매매거래는 이날 기준 159건으로 전체 2900건의 거래 중 5.4%를 차지해 전국에서 갭투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으로 꼽혔다.
함영진 우리은행 자산관리 컨설팅센터 부장대우는 “부동산 호재가 있는 곳에 갭투자와 외지인 투자가 일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서도 “갭투자는 시세 차익을 기대하고 이뤄지는 경향이 강한데 현재 아파트값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 같은 추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