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부진을 털고 상승세를 보이는 이차전지 업종에 대한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밸류업 기대감이 한풀 꺾이며 당분간 개별 실적 장세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돼 이차전지도 다시 겨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이달 들어 7.6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3.53%), 코스닥(5.40%) 상승률을 훨씬 웃돈다. 지난 1월만 해도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20.08% 하락하면서 테마지수 가운데 가장 부진했다. 그러나 지난달 10.96% 상승했고, 이달에도 오름세를 보이는 등 관련 종목 주가가 회복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 역시 시가총액이 큰 이차전지 종목들이다. 이달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삼성SDI다. 이 종목은 26.66%나 상승하면서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도 이달 주가가 회복세를 보였다. 에코프로는 전날인 27일 67만원까지 올랐고, 에코프로비엠도 30만원을 넘보기도 했다.
실적 전망은 암울하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실적 눈높이가 더 낮아졌다. 증권사 세 곳 이상이 추정한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날 기준 1208억원이다. 3개월 전 추정치는 6159억원이었지만 80% 넘게 하향됐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은 6332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다.
LG화학 역시 3개월 전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7601억원에서 2348억원으로 69.11% 하향 조정됐다. 에코프로비엠은 800억원에서 17억원으로 97.88%나 내려갔다. 삼성SDI도 4564억원에서 2424억원으로, 포스코퓨처엠은 1063억원에서 257억원으로 각각 46.89%, 75.82% 하향됐다.
특히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사 온 엘앤에프에 대해 증권사들은 1분기 872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 실적 부진에 더해 정책 불확실성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전방산업인 전기차(EV) 수요 감소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차전지 기업 실적을 발목 잡은 원재료 가격이 반등했지만 워낙 판매량이 적어 대부분 부진할 것으로 진단한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지난해 하반기 가격을 5% 낮췄는데도 판매량은 같은 해 상반기 대비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도 2년 만에 가장 낮은 이익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유안타증권은 1분기 이차전지 업종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하반기 정책 불확실성으로 수주 등 모멘텀도 부재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를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IRA가 폐지되면 생산세액공제(AMPC) 효과가 사라지고 이차전지 업체의 재무지표가 중단기적으로 과거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업종 실적은 4분기에 이어 1분기에도 셀, 양극재 등 대부분 외형 감소와 어닝 쇼크가 예상된다"며 "수주 등 모멘텀도 부재한 상황에서 개별 종목 위주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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