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출하량 감소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강변하지만 좀처럼 꺾이지 않는 체감 물가에 민생고를 호소하는 서민층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3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수산물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8%를 기록했다. 21개 수산물 가운데 6개 품목 생산자물가가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우럭(98.5%), 조개(77.8%), 새우(43.7%), 냉동오징어(36.9%), 물오징어(34.2%), 김(25.1%) 등이다.
한은은 출하량 감소로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한다. 실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통계를 보면 2월 기준 우럭의 전국 출하량 잠정치는 전월 대비 10.7% 감소한 1207t으로 집계됐다. 3월에도 직전 월 대비 5% 줄어들 전망이다.
통상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한 달여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사과 등 과일·채소 가격 급등으로 3%대 상승률을 보이는 소비자물가를 떠 끌어올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산물 가격 관리 임무를 맡은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관측에 선을 긋는다. 수산물은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하위 품목이 달라 바로 연관 짓기는 어렵다는 게 해수부 측 주장이다. 소비자물가는 냉동 수산물 가격으로 책정되는 반면 생산자물가 집계에는 냉동식품과 건조식품 등이 포괄적으로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수산물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구성 품목이 다르긴 하지만 연계성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수산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8%로 전체 물가 상승률(3.1%)을 하회했다. 농산물에 비하면 아직 가격이 안정적인 편이다. 다만 지난 1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수산물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9.8%에 달한 만큼 조만간 수산물 소비와 외식 물가 등에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구매율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돼 체감 물가와 가까운 생활물가나 식자재 가격 상승으로 영향을 받는 외식물가 등 지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과 등 농산물 중심으로 물가가 치솟고 있는데 여기에 수산물까지 오름세가 본격화하면 고물가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며 "정부가 할당관세 적용, 비축물량 확대 등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정책 시행 후 실제 소비자 가격이 내려가는지 반드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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