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자 1면 지면 머리기사를 텅 비우고, “그의 기사가 여기에 있어야 한다(HIS STORY SHOULD BE HERE)”는 제목만 실었다. 러시아에 1년여간 구금된 에반 게르시코비치(Evan Gershkovich·33), WSJ 소속 주(駐)러시아 특파원의 석방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게르시코비치는 미국과 구소련 간 냉전이 끝난 후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첫 미 언론인이다. 그는 지난해 3월 29일 러시아의 대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취재 중 러시아 방첩 기관인 연방안보국(FSB)에 체포됐다. 얼마 뒤 러시아 당국은 그를 간첩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의 명령을 받아 러시아 군산복합체 소속 기업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그의 간첩 혐의를 증명할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WSJ, 게르시코비치 모두 간첩 혐의를 부인했지만, 러시아 당국은 그를 붙잡고 있다. 러·우 전쟁 전후로 러시아 당국이 미국인들을 잇달아 구금하는 등 게르시코비치의 체포 역시 정치적 이유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WSJ는 이날 특집 4개 면을 만들어 게르시코비치의 가족들의 심경 등을 전했다. 소련 이민자의 아들로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그는 러시아 신문사 ‘모스크바 타임스’에서 일하다 2022년 WSJ에 입사했다.
현재 게르시코비치는 러시아의 악명 높은 레포르토보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러시아 정부는 구금 기간을 최근 6월 30일까지 연장하는 등 그를 계속해서 붙잡고 있을 태세다. 러시아에서 간첩죄로 유죄 평결을 받는다면, 그는 최대 2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게르시코비치 기자의 석방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성명을 내고 "저널리즘(언론활동)은 범죄가 아니다"라며 "에반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잔혹한 침략에 진실의 빛을 비추기 위해 안전 위험을 무릅쓴 채 기자로서의 일을 하기 위해 러시아로 갔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