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경기 침체로 악화일로를 겪던 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이 회복됐습니다. 기업금융(IB) 실적 부진, 차액결제거래(CFD), 주가연계증권(ELS) 등 각종 악재가 이어졌지만,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순자본비율(NCR)이 1년 사이 다시 상승했습니다.
15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2023년도 사업보고서 기준 부동산 PF 신용공여를 보유하고 있는 23개 증권사 가운데 16개 증권사의 NCR이 전년 대비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증권사들의 평균 NCR은 928.3%로 전년(672.6%) 대비 27.5% 높아졌습니다.
NCR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영업용순자본에서 총 위험액을 뺀 뒤 이 값을 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출합니다. NCR이 증가했다는 것은 영업용순자본은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NCR이 높을수록 재무 상태가 양호하고 손실 흡수 능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를 받는데요, 이는 증권사 신용등급 평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상환할 부채보다 매각손 위험을 감안한 현금화 가능 자산을 더 많이 보유하라는 유동성 위험 관리 지표로, 수치가 150% 이하인 경우에는 시정조치, 100% 미만일 때는 경영개입의 대상이 됩니다.
지난해 NCR 1위는 미래에셋증권으로 2142.4%를 기록했습니다. 증가폭 역시 271.3%포인트(p)로 23개사 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위험액은 2022년 5조4000억원에서 2023년 5조6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영업용순자본이 기존 7조9000억원에서 8조50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NCR 비율이 대폭 조정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2위는 NH투자증권(2036.90%), 3위 메리츠증권(1588.91%), 4위 KB증권(1582.09%), 5위 삼성증권(1357.94%)이 뒤를 이었습니다.
NCR 수치는 자기자본 규모가 크고 위험가중치가 낮은 자산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영업을 하는 증권사일수록 높게 나타납니다.
증권업계는 증권사들의 보수적인 경영태도를 NCR 개선 이유로 꼽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PF 시장은 위축됐었다”면서 “이들의 타이트한 리스크 관리로 영업용순자본과 총위험액 부분에서 조정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자기자본 규모가 크고 위험가중치가 낮은 자산을 중심으로 보수적 영업을 하는 증권사일수록 NCR은 높게 나타납니다.
가령 부동산PF와 IB 등 사업을 하지 않는 토스증권의 경우 총 위험액은 작년 기준 130억원, 영업용순자본은 1153억원에 불과합니다. 덕분에 NCR은 4872.3%로 전 증권사 통틀어 가장 높습니다.
반면 전년 대비 NCR 비율이 하락한 증권사도 있습니다. 가장 높은 하락세를 보인 증권사는 신한투자증권으로 전년(1112.9%) 대비 186.3%p 하락한 926.6%를 기록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2022년 영업순자본이 기존 4조4910억원이었지만 2023년도에는 3조9210억원대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어 하이투자증권(-104.2%p), 메리츠증권(-95%p), 삼성증권(-82.9%p) 등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는데요, 부동산PF 익스포져가 높았던 만큼 위험액이 늘어나면서 NCR 비중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됩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 상반기도 신규 투자는 보류하고 있어 위험액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해당 관계자는 "당분간 부동산PF에는 더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모일 때까지는 당분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가 마무리되자 이른바 부동산PF시장에는 '4월 위기설'이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태영건설처럼 부동산 PF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는 건설사들이 4월 총선 이후 연쇄 부도를 일으켜 부동산 PF 대출을 실행한 증권사들이 또 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아울러 오는 16일 태영건설 무상감자·출자전환 윤곽이 나옵니다. 증권업계 역시 이에 따른 악영향은 없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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