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영유권 분쟁 지역으로 잘못 기술한 국방부의 장병 정신교육 교재가 발간되기 전 내부 자문·감수 과정에서 문제가 지적됐지만 묵살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반도 지도에 독도가 표기되지 않은 사실은 거의 매일 토의가 이뤄졌음에도 문제 제기나 검토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내용 및 발간에 대한 감사를 통해 독도 관련 내용의 기술 경위 등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감사는 2023년 12월 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집필·자문·감수 관련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국방부는 독도 관련 내용 기술 경위와 한반도 지도에 독도 표기 누락 경위, 교재 집필·자문·감수 과정의 적정성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국방부가 지난해 말 전군에 배포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는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 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됐다.
대한민국 고유 영토인 독도를 센카쿠, 쿠릴열도 등과 같은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기술한 셈이다. 역대 정부는 독도 영유권 분쟁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기본교재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독도 관련 내용이 부적절하게 기술된 것을 확인했다”며 “2023년 4월 28일 작성 후 자문 2회, 감수 1회를 거쳤는데 1차 자문(2023년 5월 3일 요청)에서 일부 자문·감수위원으로부터 독도 관련 의견 제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정신전력원의 한 교수는 “독도는 영토분쟁 지역이 아니며 이런 표현(독도=분쟁지)은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육군 정훈공보실도 “영토분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각주를 활용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서면 의견을 제출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정신전력원과 육군의 이런 문제제기는 수용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해당 문구를 직접 작성한 집필자, 토의에 참여했던 교재개편 태스크포스(TF)장, 간사, 총괄담당 등 관련 인원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런 자문·감수 의견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작년 6월 2차 자문 및 감수 과정에선 독도 기술에 대한 의견 제시가 없었다고 한다.
교재 내 한반도 지도 11곳에 독도 표기가 없었던 문제에 대해 국방부는 “교재개편 TF에서 거의 매주 교재에 수록되는 내용에 대해 토의했으나, 독도 표기를 누락한 데에 대해 어떠한 문제 제기나 검토도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교재 내 한반도 지도는 과거 국·검정 교과서에 실린 사진을 원안으로 디자인 업체에서 보정하거나 6·25전쟁 상황을 묘사한 인포그래픽 형태로 작업하는 과정을 거쳐 수록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6년 이전판 국·검정 교과서를 부주의하게 취합하다 보니 독도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이런 문제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민간 전문가 없이 집필진 전원이 현역 군인 위주로 구성된 점 △교재 최종본에 대한 적절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 △교재발간 과정에서 유관부서 및 외부기관으로부터 의견수렴이 미흡했던 점 등을 꼽았다.
국방부는 발간 당시 담당 국장(정책기획관)이었던 육군 소장 등 2명에 대해 경고, 담당 과장이었던 육군 대령 등 2명에 대해 주의 처분을 내렸다.
국방부는 징계 수위가 비교적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작 과정 간 법령을 명백하게 위반한 사실이 없었던 점, 중대한 오류에 고의가 없었던 점, 당사자들이 본인들의 행동에 자책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경고 및 주의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감사 이후 관련 부서에 교재 내용 재검토 및 향후 교재 발간 시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요청했다. 현재 관련 부서는 이를 반영해 교재 보완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은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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