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앞으로 다가온 선도지구 공모 세부지침 발표를 앞두고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군포·중동)에는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돈다. 가장 걱정이 큰 단지는 필지를 공유하는 곳들이다. 대지지분이 차이가 나면 분쟁 소지가 있어 재건축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건축 분담금, 용적률 등에 따른 주민 간 갈등이 선도지구 지정에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이하 재추위)는 오는 25일 발표되는 지자체별 선도지구 공모 지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선도지구 선정계획'이 가이드라인 성격이었던 만큼 구체적인 세부지침은 지차체가 수립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분당 '양지마을' 재추위 관계자는 "현재 성남시의 선도지구 공모 세부지침 발표를 앞두고 분당은 그야말로 폭풍전야"라면서 "정부가 주민 동의율 배점을 60점으로 너무 높게 책정했고 '노후화의 정도'를 통합 단지 내 주차대수(가구당 0.3대면 10점 만점)로 정한 것도 납득이 안 간다. 시가 정부의 안대로 할지, 변화를 줄지에 이목이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통합 재건축을 같이 추진하던 단지의 결별 사례도 생겨났다. 분당 서현역 인근 시범단지 4곳(7769가구)은 역세권(삼성한신·한양)과 비역세권(우성·현대) 분리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번 결별은 역세권인 삼성한신과 한양이 주도했다. 가구 수가 많으면 주민 동의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고 지하철역이 가까우면 역세권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선도지구 지정에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것은 공유 필지에 따른 분쟁이다. 공유하는 필지가 가장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곳은 양지마을이다. 수내동 '금호한양 3·5단지' 필지인 27번지는 인근에 있는 한양5·금호1·청구2·금호한양 3·5단지 등 4개 단지와 필지를 공유한다. 양지마을 내 주상복합 601동에서도 32번지 필지를 공유한다. 심지어 601동의 대지지분은 9.8평(전용면적 55.44㎡)인 반면, 602동의 대지지분은 3.58평(전용 59.94㎡)으로 차이가 커 분쟁 소지가 있다.
분당 서현동 효자촌의 동아·삼환·그린타운·미래타운도 주상복합 동과 필지를 공유한다. 그린타운과 미래타운도 총 4개 필지를 공유 중이다. 평촌은 은하수한양5단지와 샛별한양6단지가 총 5개의 필지를 공유하고 있다.
이춘란 리얼리치에셋 대표는 "양지마을 602동 지분 소유주가 대지 지분 반환소송을 해야 하지만, 지분을 여러 사람이 갖고 있다면 소송 자체가 쉽지 않다. 이 경우 토지 감정평가를 적게 받게 돼 손해가 발생해 사업 지연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평촌 은하수한양5단지도 도로를 건너서 샛별한양6단지와 필지를 공유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단지 간 용적률, 대지 지분 등의 차이가 나면 우위에 있는 단지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통합 재건축 과정에서 주민 간 이견이 커 소송으로 번지면 사실상 선도지구 지정은 어려워진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담금도 변수로 꼽힌다. 1기 신도시는 은퇴자 등 고령층이 많아 재건축 분담금이 크면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다. 경기주택도시공사가 2022년 말 1기 신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적정 분담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억원 이하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78.6%에 달했다. 현재 공사비가 급등한 것도 분담금을 높이는 요인이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전국 재건축·재개발 등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5000원으로 2020년(480만3000원) 대비 43% 급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단지 내 고령층이 많으면 수억원을 들여 이주하는 문제가 있어 처음부터 재건축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법정 상한선(180~200%)의 1.5배 상향이란 용적률 혜택이 주어지더라도 조합원 분담금이 생각보다 높을 수 있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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