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와 유업계가 올 8월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우유 원유(原乳)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지난해 우유 생산비가 오른 만큼 낙농가에서는 가격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매년 음용유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이 수요 감소를 부추길 수 있어 오른 생산비를 우유 가격에 모두 반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는 11일 오후 세종시 낙농진흥회에서 올해 우유 가격 인상률을 정하기 위한 소위원회에 참석한다.
유업체는 원유 가격을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관행적으로 낙농진흥회에서 결정된 원유 기본 가격을 준용해 왔다.
최근 사료 가격 인상 등으로 원유 생산비가 증가한 만큼 낙농가에서는 인상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비는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난해 생산비는 L(리터)당 약 1003원으로 전년 대비 4.6%(44.14원) 증가했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부터 낙농제도를 개편, 원유 가격에 시장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면서 늘어난 낙농가의 주장대로 늘어난 생산비를 모두 음용유 가격에 모두 반영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유업계가 사용한 음용유량은 169만t으로 전년대비 2%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생산비 상승분의 0∼60% 수준인 L당 0∼26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제안한 상태다.
이번 협상에서는 통상 '흰우유'로 불리는 음용유 소비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매년 오르는 가격이 소비 저하를 가속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우유 생산비가 생산비가 L당 116원 올랐지만 음용유 사용량이 1.6% 감소하면서 원유 L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 협상이 시작됐고 최종적으로 음용유 기준 가격이 L당 88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생산비가 1년 만에 두배 이상 오른 만큼 낙농가에서 정부 제안보다 높은 수준의 인상률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원유 생산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료 가격이 다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곡물 가격지수는 118.7포인트로 전월대비 6.3% 상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2022년 140~150포인트대를 넘나들었던 곡물 가격지수는 올 들어 110대로 내려섰으나 병충해와 기상 악화 등에 따른 주요 수출국의 작황 부진으로 4월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통상 여름철이 가까워지면서 우유 소비가 늘어나야 하지만 높은 가격 탓에 수요가 줄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낙농가와 유업계에 이 같은 시장 상황을 잘 전달해 적정 수준의 가격이 책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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