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자체 청년업무 담당자가 말했다. “서울에서 유행한대서 ‘한 달 살기’ 하라고 공짜로 빈집을 마련해도 내려올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 지역을 알리고 싶어도 청년들은 잘 모르는 특산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2020년 서울 인구 923만명 가운데 819만명이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제 서울 사람들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산다. 우스갯소리로 서울 사람들에게 대구나 광주보다 해외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방 소멸이 가시화하자 뒤늦게 심폐소생술이 시작됐다. 어디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며 벌판에다 아파트를 올렸고, 어디는 주소 갖기 캠페인도 벌이고, 어디는 출산지원금도 엄청 준다. 정주여건 개선이나 서울 접근성 개선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
하지만 저출산 대책이 그러듯, 지방 소멸
서울과 지방의 간극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어떤 서울 사람들은 지방에 가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서울에 대형병원도, 명문대학도, 대기업도, 랜드마크도, 맛집도 있는데 ‘굳이’ 주소를 갖고자, 아파트에 살고자, 출산지원금을 받고자 지방을 가야만 할까.
책 <로컬의 신>을 펴낸 이창길 개항로프로젝트 대표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한다. 서울을 따라하지 않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제주 독채펜션, 부산 ‘브라운핸즈백제’, 인천 ‘개항로 프로젝트’ 등을 만들고 기획하는 과정에서 지역 자원을 활용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현실적으로 지방은 서울보다 열악할 수밖에 없다. 수천억~수조 원을 퍼부어도 그 관계는 역전되기 힘들다. 이 대표는 이러한 열악함을 신경 쓰기보다 지방이 가진 장점과 특색에 집중해 이를 개인이 가진 취향에 접목해 로컬 비즈니스로 만들어 냈다.
땅값이 서울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싸기 때문에 공터를 낭비해도 되고, 동선을 재미있게 만들 수도 있다. 서울은 더 이상 집 지을 곳이 없어 정든 골목을 없애지만 지방에선 옛집과 골목을 헐 필요 없이 가게를 만들고 이런 곳들이 모여 서울에선 할 수 없는 트렌디함이 되는 식이다.
이 대표를 전후해서 청년 수십~수백 명이 기회를 찾아 지방에 뛰어들었다. 물론 모두가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5년, 10년 넘게 지역에 뿌리를 내린 청년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서 지역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시너지를 만들고 있다.
서울시가 6년째 진행하는 ‘넥스트 로컬’ 프로젝트는 어떻게 해야 차별화를 만들 수 있는지 답이 될 수 있다. 지난 5년간 62개 지자체가 참여해 200여 개 창업팀이 탄생했으며 매출 338억원과 107억원 투자유치를 이뤄냈다. 이젠 지방에서 먼저 찾을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넥스트 로컬은 서울의 청년을 무작정 지역에 꽂는 방식이 아니다. 청년들에게 첫 두 달간 자원조사를 위한 임시체류공간이 제공되지만 계속 살지 않고 편하게 서울을 오가도 된다. 청년들은 수십 차례 지역을 오가며 지역에 있는 다른 청년,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접점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관계인구가 되어 간다.
이 과정에서 창업 아이템에 사업성을 더하고 지자체와 전문가, 관련 기관에서 지원을 받아 청년들이 중장기적으로 지역에 융화되는 모델이다. 나주 배를 활용한 스파클링 와인, 통영의 굴 패각 활용 제설제, 강진의 보은산 힐링센터 등이 그렇게 탄생했다.
서울은 눈부신 발전으로 세계 유수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만이 정답은 아니다. 지방이란 거친 표현으로 이들을 묶기엔 각 도시가 가진 기회와 가능성이 상당하다. 지방 소멸이란 위기가 누군가에게 기회로 다가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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