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그러나 어려운 코드명으로 소비자 입장에선 무슨 뜻인지, 어느 제품이 좋은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삼성전자와 퀄컴, 애플, 하이실리콘 등 각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AP에 브랜드를 입히고 라인업을 직관적으로 재편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퀄컴, 애플, 하이실리콘 등 각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AP에 브랜드를 입히고 라인업을 직관적으로 재편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자, 엑시노스···똑똑하고 푸른
우선 삼성전자가 지난 2011년 출시한 '엑시노스' 시리즈는 그리스어로 '똑똑하다'와 '푸르다'를 더한 합성어다.
엑시노스 출시 이전인 2010년 '허밍버드(벌새)'라는 네이밍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시스템온칩(SoC) AP 브랜드가 있었지만 현재는 엑시노스 시리즈에 편입됐다. 허밍버드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첫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S'에 탑재됐다.
현재 엑시노스 시리즈는 파편화된 라인업을 통합해 플래그십 라인업인 '2000 시리즈'와 중·보급형 '1000 시리즈'로 나눠 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4나노(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최신 플래그십 '엑시노스 2400' 칩셋을 '갤럭시 S24' 시리즈에 탑재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3나노 기반의 '엑시노스 2500'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퀄컴, 스냅드래곤···꽃과 용
무선 통신 반도체 전문 기업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는 본래 '용'이 아니라 꽃인 '금어초(金魚草·영문명 Snapdragon)'에서 유래한 브랜드다. 금어초는 꽃봉오리가 마치 금붕어의 입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스냅드래곤 로고를 살펴보면 금어초의 형상을 띠고 있다. 다만 스페인에서는 용의 입을 닮아 스냅드래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화권에서는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두고 날랠 '효(驍)'와 '용(龍)'을 붙여서 칭하기도 한다. 한때 심각한 발열 문제 탓에 정말 불을 내뿜는 '화룡'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오가기도 했다. 퀄컴에서도 이를 인식해서인지 지난 CES 2013에 발맞춰 마케팅 광고 영상에 용 캐릭터를 등장시킨 바 있다.
퀄컴은 지난 2021년부터 명확한 브랜드 포지셔닝을 위해 퀄컴과 스냅드래곤 브랜드를 분리했다. 퀄컴에 따르면 분리 덕에 브랜드 메트릭 부문에서 전반적인 인지도가 향상됐다.
퀄컴은 4나노 공정 기반의 최신 플래그십 '스냅드래곤 8 3세대'를 생산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갤럭시 S' 시리즈에 최적화된 전용 모델도 내놓았다. 폰아레나 등 해외 IT 매체에 따르면 오는 10월 말 열릴 퀄컴의 '스냅드래곤 서밋' 행사에서 3나노 공정 기반의 '스냅드래곤 8 4세대'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 A 시리즈···아이폰·아이패드의 심장
애플은 '애플 실리콘'을 통해 자사 모바일 기기 전용 칩셋인 'A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A 시리즈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탑재된다. A 시리즈의 첫 번째 칩셋은 'A4 칩'이다. 숫자 뒤에 X가 붙으면 성능 강화를 의미하며 주로 아이패드 탑재용이다. 'A 시리즈' 명명에 대한 이유는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애플은 반도체 생산 라인을 갖추지 않은 '팹리스' 기업이므로 삼성전자와 TSMC 같은 파운드리 기업에 위탁생산을 맡겨왔다. A4칩을 비롯해 A7칩까지는 삼성전자 시스템 LSI 사업부가 주력 생산해왔다. 이후 A8칩부터는 애플의 '탈삼성' 전략에 따라 TSMC로 주력 생산사가 교체됐다.
A 시리즈는 'A10'의 제품명에 접미사 '퓨전'을 붙였다가 'A11'부터 최근 'A16'까지 '바이오닉'을 추가해왔다. 그러다 3나노 기반의 최신 플래그십 칩셋은 'A17 프로'로 출시했다.
하이실리콘, 기린···동양 신화 속 전설의 동물
화웨이는 반도체 설계 전문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스마트폰용 자체 AP '기린(麒麟)'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이는 동양 신화 속 전설의 동물 기린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것으로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제재 속 강력한 대항마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과 5G 무선통신 분야에 탑재되는 5G 모뎀 칩셋인 '바룽(巴龍)' 시리즈도 선보이고 있다.
비록 기린과 바룽 모두 최신 공정 제품은 아니지만 거대한 내수시장을 이용해 전 세계 AP 시장 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화웨이의 흥행작인 '메이트 60' 시리즈와 '메이트 X5' 시리즈 등에 탑재된 '기린 9000S'는 대중국 무역 제재 속에서 SMIC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7나노 공정 기반의 제품이다.
7나노 기반이다 보니 지난 2020년 출시된 퀄컴 '스냅드래곤 888' 수준이라는 평도 있지만, 독자 개발이란 점에서 의의가 큰 제품이다. 또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가는 만큼 성장을 무시할 수 없다.
대중국 무역 제재로 하이실리콘을 비롯해 파운드리 회사인 중신궈지(SMIC)마저도 타국에서 최신 반도체 설비들을 들여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린과 바룽 시리즈의 약진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미디어텍, 디멘시티···조용히 시장 점령 중
앞선 브랜드들보다 인지도는 낮으나 조용히 시장을 점령 중인 브랜드도 있다. 바로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시리즈다.
그동안 미디어텍의 모바일 AP들은 '헬리오'와 '디멘시티', 'MT' 등 여러 라인업이 혼재됐으나 최근 '디멘시티'로 라인업을 통일했다. 특히 신형 라인업부터는 6000·7000·8000·9000으로 시리즈를 재편했다.
미디어텍은 그동안 중저가형 AP를 중심으로 매출을 키워왔으나 지난 2022년부터 플래그십 제품의 성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양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중급형·보급형 제품에 AP를 납품하며 시장 내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용 모바일 AP 출하량 점유율은 △미디어텍(40%) △퀄컴(23%) △애플(17%) △UNISOC(9%) △삼성전자(6%) △하이실리콘(3%) △그 외(1%)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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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두뇌 브랜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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