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5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하면서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소매판매가 증가한 이유는 내수와 소비 촉진을 위한 이구환신 정책과 5월 1일 노동절 소비가 맞물리면서 만들어낸 결과이다. 부동산 가격과 주가 하락으로 인한 실물자산 및 금융자산 감소로 중국인들의 소비심리는 여전히 위축되어 있는 상태다. 게다가 미·중 간 2라운드 무역전쟁, 중국·EU 간 무역마찰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은 소비·투자·수출의 경제 삼두마차의 방향성을 3가지 키워드를 제시하며 경제를 부양하고자 한다.
3가지 경제 키워드는 소비 진작을 위한 ‘이구환신(以舊換新)’과 수출 확대를 위한 ‘신삼양(新三樣)’, 투자 확대를 위한 ‘대규모 설비갱신(大规模设备更新)’을 의미한다. ‘이구환신’은 가전·가구·자동차 등 경제 낙수효과가 큰 내구 소비재를 새 제품으로 교체하면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다. ‘신삼양’은 새로운 수출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전기차·태양광패널·배터리 등 3대 수출 품목을 말한다. 그리고 ‘대규모 설비갱신’은 첨단 및 친환경 장비·설비로 교체하면 다양한 혜택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결국 올해 중국 정부가 제시한 5% 내외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비·투자·수출 등 3개 키워드 부양책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3월 양회 이후 국무원은 ‘대규모 설비갱신 및 소비품 이구환신 행동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4월부터는 각 지방정부별로 앞다투어 지역 핵심 산업과 제조 특성에 맞는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동 정책의 핵심은 대외 수출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와 투자를 통해 경제를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산시성은 설비갱신, 소비품 이구환신, 친환경의 순환경제, 표준화 제고 등 4대 행동 방안을 제시했고, 허베이성은 설비갱신, 소비품 이구환신, 순환경제 확대, 표준화 제고, 우위산업 업그레이드 등 5대 행동 방안을 발표했다. 후난성은 의료·인프라·관광·교육 등 10대 중점 영역에 대한 설비갱신, 소비품 이구환신, 순환경제 확대, 제품의 수요·공급 결합 등 4대 행동 방안을 발표했다. 쓰촨 청두시는 교육 기자재, 과학연구 시설 등 교육 영역에 있어 대규모 설비갱신 행동 방안을 발표했다. 경제 부양을 위한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첫째,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 수요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2023년 공업·농업 등 산업설비 투자 규모가 4조9000억 위안(약 923조원)으로 올해 산업장비와 설비갱신을 통해 연간 5조 위안(약 950조원) 규모의 경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2023년 중국 제조공업 전체 부가가치 규모가 39조9000억 위안(약 7574조원)으로 GDP 대비 31.7%를 차지했고, 연간 매출액 2000만 위안(약 38억원) 이상 제조기업의 자산이 167조 위안(약 3경1703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기존 공장설비를 자동화 시스템인 산업용 로봇으로 대체하는 데 정부가 적극 지원해 투자 수요를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3년 기준 중국의 산업용 로봇 보유량은 전 세계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태양광 발전 등 신에너지 설비 규모가 세계 1위이다. 또한 가전제품 30억대 이상, 자동차 3억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대규모 설비갱신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요를 창출해 경제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 확대이다. 친환경 도시 인프라 관련 설비갱신과 교통·운수·물류인프라 구축, 신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6월 12일 교통운수부 등 13개 부처 공동으로 '교통운수 대규모 설비갱신 행동 방안'을 발표했다. 도심 물류배송과 항만 화물수송에 신에너지 화물차 도입, 운행 기간이 10년 넘은 노후 도시 버스를 전기차로 교체, 액화천연가스(LNG), 알코올, 수소, 암모니아 등을 연료로 삼는 선박 개발투자 등 구체적인 투자 영역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탄소 배출량도 줄여 나가겠다는 속내다.
셋째,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을 위한 투자 확대이다. 전통산업의 디지털화·스마트화·자동화를 통해 첨단 제조산업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공업신식화부· 재정부 등 7개 부처 공동으로 발표한 '제조산업 영역의 설비갱신 촉진 실시 방안' 내용을 보면 2027년까지 제조 분야 설비 투자 규모를 2023년 대비 25%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연간 매출액 2000만 위안 이상 제조기업 디지털화 R&D 설계 도구 보급률과 핵심 제조공정의 디지털화 비율을 각각 90%와 75%까지 높인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기존 제조업의 첨단화·스마트화·디지털화를 더욱 가속화해 디지털 경제 비중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경제 침체 속에서 대규모 설비갱신과 성장 방식 전환이 가져올 소비와 투자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책에 힘입어 중국 경제가 점차 회복되고 있긴 하지만 소비와 투자의 가장 핵심인 부동산 심리가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매우 험난한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중국 고정자산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 투자의 경우 올해 1~5월 10.1% 하락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시일 내 부동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중국은 더욱 적극적으로 대규모 설비갱신을 통해 성장률 목표치를 지탱하려고 한다. 좀 더 긴 호흡으로 중국 경제를 바라보고, 그에 따른 투자와 사업의 기회를 살펴봐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와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과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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