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증시에 상장된 한 식품회사가 현지 세무 당국으로부터 무려 30년 전인 1994년 체납한 세금을 납부하라는 요구를 받아 실적 리스크를 경고하는 공시를 올려 논란이 일었다.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한 저우톈융 동북재경대 교수가 소셜미디어에 "전국 각 세무 당국이 30년 전 체납 세금까지 끄집어내 징수한다면 기업의 80%가 파산할 것"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소비세 개혁···지방정부 세수 마련에 '초점'
이번 사건은 중국 지방정부 재정 위기가 실물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최근 중국 경기 둔화세 속 대두된 지방정부 부채·재정난을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이 내달 열리는 20기 3중전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20기 3중전회는 중국 공산당 제20기 당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의 줄임말로, 중국 공산당의 장기 정책 개혁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다.
우선 이번 3중전회에서는 현재 중앙정부에 집중된 조세 재원을 지방정부에 더 많이 배분하는 방식으로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장기 불황으로 토지매매 수입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지방정부 재정을 지속 가능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소비세가 대표적인 개혁 대상으로 꼽힌다. 소비세는 증치세(부가가치세), 기업소득세(법인세), 개인소득세와 함께 중국 4대 세수원으로 불린다. 이 중 소비세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세수는 중앙과 지방정부가 나눠서 갖지만, 소비세 세수는 중앙정부가 100% 독점한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소비세를 현행의 생산 단계가 아닌 도·소매 단계에서 징수해 과세 대상을 확대하고, 소비세 세수 대부분을 지방정부에 배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소비세는 현재 주류·담배·고급차·보석·요트 등 15종 사치품을 대상으로만 매기는데, 이들 사치품의 중국 내 소비는 미미한 데다가 주로 부유층의 소비품목인 만큼 전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환경오염이나 에너지 소비가 많은 상품에도 소비세를 매겨 친환경 소비를 장려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밖에 현재 중앙과 지방정부가 각각 50%씩 세수를 나눠갖는 증치세도 지방정부가 더 많은 세수를 가져가야 한다는 건의도 있다.
사실 중국의 조세 부담률은 낮은 편인 만큼 향후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은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율은 14%로, 주요7개국(G7) 선진국 평균 23%보다 낮다.
경기불황·미중 전쟁 속 세제개혁 어려움도
하지만 세제 개혁이 쉽지는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세 세목인 방산세(부동산세)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2011년부터 충칭·상하이에서 고급 주택을 대상으로만 방산세를 시범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방산세를 확대 징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불황 속 입법 절차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주바오량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정보센터(SIC)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경기 불황 속 방산세 확대 시행은 5년내 불가능해 보인다”고 관측했다.자본세도 마찬가지다. 현재 중국은 주식배당 등 자본이득세 세율은 20%다. 인도(30%), 미국(37%)보다도 낮은 반면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은 무려 45%다. 자본과 노동에 대한 과세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는 "하지만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 과학기술과 미래 혁신전략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자본시장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중국 지도부로선 자본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캉 전 중국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 소장은 “중국의 세제 개혁은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내달 열리는 중국 공산당 3중전회는 앞으로 5년이나 10년 동안 경제 청사진과 큰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5년 동안 7번 열리는 중앙위 전체회의(중전회)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로 꼽힌다.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역대 3중전회를 통해 중국 경제체제 개혁에 있어 중요한 조치를 내놨다. 개혁개방을 천명한 1978년 11기 3중전회는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로 기록된다.
이번 20기 3중전회 키워드는 ‘신품질 생산력(新質生產力)이다. 기술 혁신이 주도하는 생산력을 일컫는 말로, 전통적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고품질 성장 요구에 맞는 첨단과학 혁신 기술로 선진 생산력을 적극 키워 중국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은행 부총재 출신의 베이징대 경제학자 린이푸 교수는 지난주 홍콩대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3중전회에서 실질 생산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를 포함해 각종 실질적인 개혁 조치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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