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도 지각변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진보가 의료 분야에도 깊숙이 침투하면서 의료 진단의 품질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많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어서다.
미래 의료는 AI를 필두로 원격 진료, 디지털화 등을 통해 급증하는 의료비를 낮추고 정밀의료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특히 비대면 진료, 원격 모니터링 등 분야에서 AI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헬스케어 산업도 덩달아 덩치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 중심에서 질병 예방·진단 중심으로 바뀌면서 예방의학에 대한 중요성 높아지고, 원격 의료와 방문 진료 등이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 핵심 기술 대세는 ‘AI’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지난달 한국보건행정학회가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AI와 디지털 의료기기 발달로 진료가 개인화하고, 예방 치료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민건강보험을 포함해 건강보험기관이 고위험 환자에 대한 정보를 병원에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실손보험은 과잉 진료로 손해를 보고 있지만 진료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면 맞춤형 예방 치료로 의료비를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봇 활용도 수술·재활·요양·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에서 더욱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수술 로봇이 의사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해 수술을 진행하거나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는 수준이지만 향후 의료 로봇에 AI를 접목해 정밀도와 편의성을 높이면 로봇이 주체적으로 수술하는 시대도 멀지 않았다는 기대다.
이제는 기술 진화에 있어 어느 영역까지 의사를 대체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와 업무 분담이 명확하게 이뤄져야 할 때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현재 AI 진단 솔루션은 정확도 90% 이상을 기록하며 암 진단에 적극 활용되고 있지만 AI가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하거나 알고리즘 오류로 잘못된 진단을 내리면 환자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어서다.
의료계 관계자는 “AI 진단 솔루션이 보조 역할을 하면서 의사의 진료와 협업하는 개념으로 시작해 향후 각자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분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병원 디지털화에 원격수술까지
의료 패러다임은 치료 중심에서 질병의 예방·진단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디지털 의료기기를 통한 사전 모니터링으로 질병을 예방·진단하는 디지털헬스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이유다.
AI로 엑스레이·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을 분석해 질환을 진단·예측하는 디지털 의료기기를 비롯해 스마트워치로 심전도(ECG)를 분석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건강지원기기, 각종 질환 체외진단 디지털기기 등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일선 병원의 근무 환경도 빠르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사례를 보면 필립스가 미국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는 중환자실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이곳은 간호사 8명이 3교대로 모니터를 통해 미국과 인도 중환자실을 24시간 지켜보고 있다. 간호사 1명이 모니터 여러 대를 보면서 필요하면 인도 중환자실에 전화하는 등 디지털화를 통한 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도 높다. 최근에는 중국 외과 의사가 세계 최초로 원격수술에 성공해 주목받기도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5일 중국 외과 의사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원격으로 중국 베이징에 있는 환자의 전립선 제거 수술에 성공했다. 로마에서 환자가 있는 베이징 수술방에 놓인 로봇팔을 원격 조종해 수술을 진행했고, 수술은 환자의 실시간 모습을 보여주는 수술 콘솔(console)을 활용해 집도의가 로봇팔 움직임을 포착하고 지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원격수술에 성공한 장쉬 비뇨기과 전문의는 “원격수술의 최대 문제는 통신이고, 지연이 발생하느냐 여부”라며 “오늘날 수술은 기본적으로 지연이 없고 거의 현장 수술과 같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한 데 이어 의·정 간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요구도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며 “원격의료 제도를 통해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 재택의료를 강화하는 등 의료 제도 혁신에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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