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후보등록을 마친 당권주자들이 '보수텃밭'인 영남권 '주류 당심'을 사로잡기 위한 구애 작전에 나섰다. 대표 경선에 당원 투표 80%가 반영되고 전체 당원의 약 40%가 영남권에 분포하는 점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대구시청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면담했다. 홍 시장은 원 후보를 향해 "(이번 당 대표 선거에) 나와줘서 고맙다. 진짜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가 잘못되면 윤석열 정권에는 파탄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홍 시장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면담 요청을 두 번이나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 시장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5일과 27일 만남을 제안했다. 그는 "본인이 직접 (연락)온 게 아니고 여러 사람을 시켜서 전화가 왔다"며 "만날 이유가 없다. 정당사에서 총선 참패하고 물러난 사람이 다시 전당대회에 나온 전례는 한 번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원 전 장관은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영남의 지지와 신뢰를 기반으로 하되, 지역주의로 빠져서는 안 된다"며 "저는 원래 수도권에서 3선하고 현재도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에 머물며 '얼굴 도장' 찍기에 주력했다. 그는 이날 오후 대구·경북(TK) 국회의원 보좌진과 기자 모임인 '보리모임'에 참석했다. 당내 세력 기반이 취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 전 위원장은 27일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28일 박형준 부산시장과 면담한다. 한 전 위원장은 홍 시장과의 만남이 불발된 것을 두고는 "본인이 만나기 싫다고 하니 뵙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오찬을 하고 박형준 부산시장과 면담했다. 부산 사하, 경남 창원에선 당원협의회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나 의원은 다른 당권주자보다 먼저 영남권 공략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21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난 데 이어 22일 경북 상주·문경, 경산, 구미 당협 등을 방문했다.
영남 표심 잡기에 잡기에 나선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윤상현 의원은 이날 인천·강원지역 총선 출마자의 의견을 듣는 총선 백서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또한 그는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이 최고위원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맺는 것을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표 후보가 최고위원들까지 선정해 함께 출마하는 것은 러닝메이트가 아니라 야합이고, 당의 단합을 깨뜨리는 정치의 고질병"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한 전 위원장이 장동혁·박정훈·진종오 의원, 원 전 장관은 인요한 의원, 박진호 김포갑 당협위원장과 각각 대표-최고위원 러닝메이트를 형성한 것을 직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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