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양극화의 영향으로 수도권 아파트 중 최고가와 최저가의 격차가 최근 11년 동안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입지와 인프라가 우수한 최고가 아파트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저가 아파트는 부동산 상승기에도 지속적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의 5분위 배율은 7배로 지난 5월 대비 0.1배 늘었다. 7배를 기록한 것은 수도권 아파트의 5분위배율 지표가 공개된 2013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수도권 뿐 아니라 서울의 5분위배율도 기존 사상 최대치와 동일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5분위 배율은 5.1배로, 지난 2018년 4월(5.1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의 5분위배율 지표가 공개된 2008년 12월 이후 5.1배로 기록된 것은 단 두 번 뿐이다.
5분위배율은 가격 상위 20%(5분위) 평균가를 하위 20%(1분위) 평균 가격으로 나눈 지표다. 어떤 시장에서 최고가 제품 하나를 팔면 최저가 제품 몇 개를 살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어 양극화에 대한 관련 지표로 활용돼 왔다. 7배라면 평균적인 최고가 아파트 한 채 매각가로 평균적인 저가 아파트 7채를 매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수도권의 최고가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대체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저가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한 탓에 5분위배율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5분위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은 지난해 6월 15억7694만원에서 지난달 16억2223만원으로 1년 동안 2.87%(4529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1분위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은 2억3779만원에서 2억3305만원으로 1.99%(474만원) 줄었다.
서울에서는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이 더욱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5분위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은 지난해 6월 23억9013만원에서 지난달 24억9566만원으로 4.42%(1억553만원) 상승했다. 반면 1분위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은 5억1155만원에서 4억9245만원으로 3.73%(1910만원) 감소했다.
최고가 아파트는 우수한 입지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수요가 더욱 몰리는 반면 최저가 아파트는 서울·수도권에 위치해 있으나 교통이나 여건이 좋지 않아 오히려 가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지속된 하락장에서도 최고가 아파트는 대체적으로 가격 상승세를 유지한 반면 최저가 아파트는 가격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또 지난달 서울과 수도권 모두 매매지수가 반등하는 등 상승세에도 최저가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지난 5월 대비 여전히 떨어지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집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크고 금리 인하와 공급 불안 등으로 집값 상승 요인이 크다"며 "다만 현재 경기가 좋지 않아 서울에서도 입지가 좋지 않은 저가 아파트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수요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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