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시 시나리오를 배경으로 진행된 '트럼프 트레이드'의 향방과 함께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건 공약과 목표 및 상황이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제일주의)'를 외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내수 경제 강화를 위해 당선 시 고관세, 감세 등을 실행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동시에 미국 기업 경쟁력과 내수 촉진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달러화 약세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고관세, 감세 조치와 저인플레이션 및 달러화 약세라는 정책 목표가 서로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건 고관세, 감세 조치는 보통 금리 상승 및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그의 정책을 둘러싸고 혼선이 이는 가운데 시장에서도 '트럼프 트레이드'와 관련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예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이후) 공개된 지난달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달러화 가치가 과도하게 높고 엔화 및 위안화가 과도하게 약하다고 지적했다. 달러화 가치가 과도하게 높아 미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로 인해 외환 시장에서는 달러화 약세 및 엔화, 위안화 강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따라서 '트럼프 트레이드'의 전제인 달러화 강세 전망에 물음표가 제기된 상태이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분석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큰 변화가 없다면 트레이더들은 달러화 약세에 대비한 포지션을 취할 것"이라며 "11월 (대선)까지는 약세 통화를 겨냥한 추가적인 공격적 발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21일 보고서에서 엔화 및 위안화 투자에 대해 "이는 옳은 트레이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당사 시각으로 트럼프 2기는 달러화 강세를 시사하고, 최근의 달러화 약세는 당사가 추천하는 (달러) 매수 포지션 재진입을 위한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로 인해 미국채 금리가 역시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트레이드'에 따라 달러화 강세 및 미국채 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트럼프 재집권 시 예상 수혜 자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트럼프 트레이드'의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1기 당시인 2018년에도 감세가 증시에 긍정적 역할을 했으나,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은 예상과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당시 수혜 예상 업종인 산업재, 에너지 및 은행주들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수익률에 못 미쳤다고 덧붙였다.
이 와중에 대선에서 누가 당선이 되든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제프 소머는 오바마 정부와 트럼프 정부 당시 증시에서 강세를 보인 업종과 약세를 보인 업종이 거의 비슷했던 것을 가리키며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대선이 증시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유일한 합리적 결론, 그리고 상식적인 투자자들이 항상 내리는 결론은 시장 수익률과 대통령 공약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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