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D1c) 미세공정을 적용한 D램칩을 개발하며 한국과 미국 간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미세한 공정을 활용해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우선 양산한 후 차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D램에도 D1c D램칩을 적용하며 D램의 성능·수율을 지속해서 향상할 방침이다.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D1c 미세공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10나노급 4세대(D1a)와 10나노급 5세대(D1b) 미세공정을 적용한 D램칩은 미국 마이크론이 최초로 개발했으나 이번에 SK하이닉스가 D1c D램칩을 최초로 개발하면서 한국이 D램 성능·생산능력뿐만 아니라 원가 경쟁력에서도 미국보다 우위에 있음을 입증했다.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D램 기술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미세공정 난도가 극도로 높아졌음에도 당사는 업계 최고 성능을 입증한 D1b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계 완성도를 높이고 가장 먼저 기술 한계를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내에 D1c DDR5 D램 양산 준비를 마치고 내년부터 제품을 공급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기존 D1b D램 플랫폼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D1c 생산라인을 개발했다. 공정 고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최고 성능 D1b의 강점을 D1c로 옮기기 위한 묘수다.
반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보다 먼저 D1a와 D1b D램칩을 개발한 마이크론은 D1c(1γ) D램칩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가 다른 반도체처럼 미세화되면서 EUV(극자외선) 적용이 필수화되어 가고 있는데, 공정에 EUV 적용을 마친 SK하이닉스·삼성전자와 달리 마이크론은 관련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EUV는 반도체 미세화를 이끄는 핵심 기술로 고집적도와 공정 단순화, 패턴 정밀도 향상 등을 통해 반도체 제조 효율성과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EUV 특정 공정에 신소재를 개발해 적용하고 공정 최적화를 진행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설계 기술 혁신도 함께 추진해 D1c 생산성을 전 세대 대비 30% 이상 향상했다.
D1c DDR5 동작속도는 8Gbps(초당 8기가비트)로 전 세대보다 11% 빨라지고 전력효율은 9% 이상 개선됐다. 클라우드 기업이 D1c D램을 도입하면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전보다 최대 3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D1c 공정을 레거시 D램뿐만 아니라 차세대 HBM, LPDDR(저전력 메모리)6, GDDR(그래픽 메모리)7 등 최신 D램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D램칩을 16단 이상 쌓아야 하는 차세대 HBM 개발·양산 과정에서 SK하이닉스에 많은 비교 우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삼성전자도 지난 4월 '멤콘 2024' 행사에서 EUV를 적용한 D1c D램을 올해 말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