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본회의를 열고 80여 개 민생법안과 비쟁점 법안을 상정해 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방송4법·노란봉투법·민생회복지원금법에 대해서는 재표결을 진행했으나 부결됐다. 민주당은 곧바로 재발의 계획을 밝히면서 '입법 강행-윤 대통령 거부권-재의결 시도' 정국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2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80여 개 민생법안을 처리했다. 여야가 합의해 민생법안을 처리한 건 지난달 전세사기특별법 등 28개 법안을 처리한 후 약 한 달 만이다.
합의 처리된 법안 중에는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을 강화한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법'이 포함됐다.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비롯한 허위 영상물 등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청소년의 성착취물을 이용한 협박·강요 범죄의 처벌 강화를 명시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과 양육비 선지급제를 의무화한 '양육비 이행법'(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의결됐다.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저출생 대책 중 하나로 평가받던 '모성보호 3법'(남녀고용평등법·고용보험법·근로기준법 개정안)도 가결됐다.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 10일에서 20일로 확대 △부모 각각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 육아휴직기간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가능 대상 자녀 연령 8세에서 12세로 상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야당 주도로 지난 19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됐다가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국회로 돌아온 방송4법, 노란봉투법, 민생회복지원금법 등에 대한 재표결도 이날 이뤄졌으나 부결됐다.
재표결에서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범야권 의석이 192석인 만큼 여당에서 최소 8명 이탈이 필요한데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부결됐다.
민주당은 본회의 시작 전 의원총회를 열어 최대한 이탈표를 끌어내기 위해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시급한 민생을 살리고 방송을 정상화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민생개혁 법안들"이라며 "국민의힘이 민생회복과 개혁을 위해 찬성 의결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부결 입장을 고수하며 이탈표 단속에 나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거대 야당이 힘만 믿고 여야 간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합의 없이 강행 처리한 법들"이라며 "우리는 결코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재의요구를 건의하고 대통령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곧바로 재발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법안 내용에 일부 변화는 있겠지만 (재의결 부결 시 법안을) 재발의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며 "거부권 정국이 반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지 않지만 야당이 해야 될 역할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입법 활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또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상병·김건희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내달 4일 혹은 5일 재표결을 추진할 방침이다.
윤 원내대변인은 "정부에서 언제 국회로 이송하게 될지 모르지만 오는 30일에 국회로 이송하면 민주당은 내달 4일 본회의를 열어서 재의결할 계획"이라며 "(만약) 내달 4일 국회로 이송하게 되면 토요일이지만 내달 5일 본회의를 열어 재의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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