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는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명태균씨와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의혹의 핵심 관계자인 김태영·이승만 '21그램'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노태우 비자금과 관련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을, '장시호 모해위증교사 의혹'으로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일부 증인은 국회의 연락을 피하며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은 채 불출석하거나 국감 전 해외로 출국했다. 결국 각 상임위는 채택된 증인들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종합감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고발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정감사에서 채택된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증인이 불출석하면 상임위 의결로 동행명령권을 발부할 수 있으나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할 시 국회 고발이 가능하고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때 불출석 사유에 대한 정당성을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가름하지만 대부분은 벌금형이 내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 재산이 많은 증인들은 벌금을 내고 매년 불출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를 막고자 지난 21대 국회에서부터 다수 의원들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고,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개정안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안건심의 단계부터 증인들에 대해 출석을 강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국회의 국감 증인 심문제도가 증인 '망신주기' '조리돌림'에 그친다는 비판이 있어 동행명령을 강제하는 개정안 발의가 자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과거 국감에서 현안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 대기업 경영진이 다수 출석했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몇몇에게만 질의를 집중했다. 밤늦게까지 대기했음에도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한 증인도 많았다.
이번 국감에서도 망신주기 행태는 계속됐다. 행안위 소속인 이상식 민주당 의원은 본인을 수사한 경찰서 관계자들을 부르려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하루 만에 철회했고, 같은 당 정동영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파견 공무원 17명을 일렬로 세워둔 채 꾸짖어 논란을 일으켰다.
이 같은 행태를 막고자 올해 국감에선 여당을 중심으로 증인 채택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은 이번 국감부터 불필요한 증인 채택을 자제하자는 방침을 세우고 서면 질의와 답변, 국감 이후 현장 방문, 현안 관련 청문회 개최 등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증인들의 국감 불출석을 놓고 국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법조계는 신중을 당부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다수 국민들은 국감에서 의원들이 이슈 몰이용으로 증인을 부르는 사례가 많다고 여긴다"며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다면 증인들의 출석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상영 변호사(법무법인 YK)도 "우선 국회법에 증인들이 출석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있기에 유명인이든 재벌총수든 국회에서 출석을 요구하면 따르는 게 맞다"며 "다만 의원들은 의정 활동으로 그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국회가 개정안을 통해 출석을 강제하는 건 실효성도 낮고 위헌적이라는 지적을 살 수도 있다"며 입법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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