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사무처장은 10일 지난해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적대적 두 국가관계'에 대해 "본질은 핵무기를 이용한 대한민국 완전 전멸 후 통일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 사무처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통 통일·안보분과위원회 주최 '탈북 외교관들이 보는 8·15 통일 독트린 vs 두 개 국가론' 토론회에 참석해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통일 포기 정책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나는 좀 다르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태 사무처장은 "북한의 통일 전략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부적으로 북한 당원들과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민족 해방 전략"이라며 "다른 하나는 무력에 의한 해방 전략으로, 대외적으로는 소위 남한의 민주화 과정 추진을 통한 북한 주도의 적화 통일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2022년 핵무기, 핵 선제 공격에 대한 언급을 계속하다가 같은 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불현듯 핵무력 정책법을 만들어냈다"며 "핵무력정책국 채택 이후 지난 해 말에 가서 적대적 2개 국가론을 공식적으로 내놓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과정을 결국 쉽게 이야기하면 통일 포기가 아니라 핵 무력에 의해 대한민국을 완전 전멸을 통한 통일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태 사무처장은 아울러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와 '휴전선 국경화' 주장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제 북한 총참모부가 여러 가지 물리적 장벽을 취하겠다며 휴전선 이남에 대해 대한민국 영토, 이북에 대해서는 북한의 주권 영역이라고 표현했다"며 "이건 쟁점화될 수 있는 표현"이라고 짚었다.
특히 "북한은 휴전선을 국경으로 정하고 이 휴전선 지대 관리권을 남북의 군대에 넘기자, 이런 주장을 할 것"이라며 "휴전선을 국경화하려는 북한의 이런 전략에 우리가 말려들면 안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 7~8일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를 열었으나 당초 주목 받았던 개헌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데 대해 "적대적 두 개의 국가론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이해, 설득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주장과 관련된 당 간부의 홍보 활동이나 대내 매체의 논설·사설 등이 전무한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북한 정권이 '적대적 두 국가론' 선언한 이후 계속되는 여러 형태의 도발적 조치에 대해 정세 진단 및 정책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자리에는 태 사무처장을 비롯해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 김동수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이영철 전 핀란드 주재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한진명 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등 탈북 외교관이 함께해 의견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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