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원대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MBK파트너스·영풍이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공개매수로 5% 넘는 지분을 추가 취득하며 기존 고려아연 1대 주주였던 최윤범 회장과 우호 지분을 제치고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14일 영풍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이날 오후까지 진행한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했다. MBK·영풍이 보유한 기존 지분(33.1%)과 추가로 확보한 지분을 합쳐 38.44%를 확보하며 고려아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려는 점을 고려하면 추후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다만 같은 날 끝난 영풍정밀 공개 매수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연합은 최소 29% 넘는 지분을 공개매수로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응모 수량은 이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MBK·영풍 측은 공개 매수를 통해 최대 302만4881주(14.61%) 매입을 목표로 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조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 측이 우호 지분 등을 합해 33.99%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일가를 포함한 영풍·MBK 측이 33.13%가량을 각각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밖에도 고려아연 자사주가 2.4%, 국민연금 보유주는 7.83%, 해외 기관투자자 등이 22%가량이다.
IB업계에선 MBK·영풍이 공개매수로 7% 이상 지분을 확보하면 경영권 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7%보다는 적지만 이번 공개매수로 MBK·영풍 측이 1대 주주로 확실히 등극하면서 향후 주주총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전망이다.
최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로 남아 있는 유통 주식(전체 유통 주식 중 15%)을 모두 사들여도 백기사인 베인캐피털이 사들이는 2.5%만 의결권이 있고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자사주 소각 이후에는 40% 초중반 지분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끝나면 MBK와 영풍 측은 곧바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을 요구하고 신규 이사진 선임 등 안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정관은 이사 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데,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기존 사외이사를 해임하면서 최소 5명 이상 신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야만 기존 이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과 함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사내이사 해임에는 특별결의가 필요한 만큼 관련 안건을 올릴 가능성은 낮다.
MBK·영풍이 1대 주주가 됐지만 최 회장 측과 보유한 지분율은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양측 간 대립은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양측이 최대한 우군 확보와 개인·기관 투자자 설득을 시도하며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 회장은 18일 미국 출장길에 올라 베인캐피털과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데 이어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을 중심으로 한 재계 우군 결집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고려아연 지분을 약 7%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향후 경영권 향방을 가를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MBK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늘이 한국 자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라며 "MBK·영풍은 이제 고려아연 최대주주로서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 지배를 공고히 하고 투명한 기업 거버넌스 확립을 통해 고려아연의 지속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이 제시한 목표치에는 미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적절히 대응할 예정이며 주주들의 지속적인 지지와 성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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