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와 은행이 막바지 책무구조도 제출에 나선다. 금융당국이 시행하는 시범 운영에 참여하려면 이달 안으로 책무구조도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시범 운영 기간 발생할 수 있는 금융사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 날인 31일 금융사 책무구조도 제출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31일까지 금융지주와 은행에서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받는다. 이를 통해 책무구조도를 시범 운영하고, 금융사가 내부통제 관리 체계를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의 대표이사 등 임원에게 담당 직무 관련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배분한 일종의 문서다.
시범 운영은 내년 1월 2일까지며 조기 제출한 금융사만 참여한다. 현재까지 책무구조도를 낸 곳은 단 세 곳이다. 지난달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이달 21일 DGB금융지주와 iM뱅크가 동시에 제출했다. 다만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당국의 주요 방침이 담긴 만큼 사실상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에 모든 금융지주와 은행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 기간에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당국은 시범 운영 기간에 내부통제 관리의무 등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않아도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인센티브를 내놨다. 또 소속 임직원의 법령 위반 등을 자체 적발해 시정하면 제재를 감경하거나 면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당국의 방침에도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실상 제재는 불가피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아직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곳이 단 세 곳에 그친 점도 이러한 금융사 측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신한투자증권은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발생한 ‘1호 금융사고’로 첫 제재 대상이 될 뻔했다. 지난 11일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 운용 과정에서 1300억원 규모 손실을 냈다고 공시하면서다. 금융감독원은 “원인을 규명하고 엄정 조치하겠다”며 현장 검사에 돌입했다. 지주사와 계열사는 서로 관계가 있는 업무에 대해선 책무구조도상 담당자를 명시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체적인 제출 날짜를 알 수는 없지만,모든 금융사가 최대한 늦게 내려고 할 것”이라며 “예측할 수 없는 금융사고와 그로 인한 책무구조도 도입 후 첫 제재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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