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경기 수원시 이목동 일대 따사로운 햇살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선영을 비추고 있었다. 올해로 4주기를 맞이하는 이 선대회장의 추도식날은 매년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고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검은색 리무진 세단을 타고 추도식장에 도착해 고인의 업적과 뜻을 기렸다. 이 회장은 강렬한 햇살에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이 회장 외에도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들도 참석했다. 홍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은 흰색 상의를 입고 참석했으며 홍 전 관장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했다. 유족들은 약 40분간 헌화와 절로 고인의 뜻을 기린 뒤 차를 나눠 타고 선영을 나섰다.
앞서 오전 9시 43분경 정현호, 한종희, 전영현, 최성안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그룹 현직 사장단 50여 명이 검은색 승합차 6대로 줄지어 도착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명씩 하얀 국화를 헌화하고 대표로 1명이 분향했다"며 "엄숙한 분위기 속 헌화와 묵념으로 고인의 뜻을 기리고 추모했다"고 말했다. 전직 사장단은 추후 따로 추도식 자리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대회장과 각별한 인연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은 선영에 조화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재작년 2주기 때 직접 추도식에 참석했으며 지난해에도 조화를 보냈다. 김 회장은 이 선대회장과 같은 창업 2세대 경영인이다. 2세대 경영인 중 막내 격인 김 회장은 평소 이 회장을 멘토처럼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추도식이 끝난 뒤 유족들과 사장단은 용인 삼성인력개발원 창조관에 모여 비공개 오찬을 진행했다. 창조관은 이 선대회장의 흉상이 설치된 곳으로 이 회장과 사장단은 예년에도 이곳에서 오찬을 진행했다.
이번 추도식과 사장단 오찬은 이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과 이념을 되새기고 경영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가 실적부진과 노사갈등 등 안팎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만큼 이 회장의 결단이 담긴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특히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해체된 컨트롤타워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의 부활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의 준법경영 감독 외부감사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는 컨트롤타워 부활과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앞서 2022년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 회장은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회장님(이 선대회장)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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