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10대 시절 마약에 손댄 것이 처음 적발돼 부모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다. 수도권 병원과 재활센터만 오가길 수차례. 4년이 지났고 성인이 됐지만 A씨는 아직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퇴원 후 재활센터로 연계해야 했지만 여성 중독자들이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스템이 없어 여러 센터와 병동을 전전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여성 마약 중독자를 위한 치료·재활 연계 시스템이 공백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마약 재활 체계가 남성을 기초로 만들어지다 보니 빠르게 늘어나는 여성 마약 중독에 대한 대처가 더딘 것이다
30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내년 6월 개소 예정인 '서울시 마약관리센터'에 생기는 10개 마약 병상 중 2개가 여성용으로 지정됐다. 여성 마약 전용 병상은 전국 최초다.
마약 병상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여성 병상은 내년에야 처음 생긴다. 현재 마약 전용 병상이 있는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등에는 남자 병동만 있다. 위급한 여성 환자는 병원 재량에 따라 기존 정신과 병동에 혼합해서 입원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중독치료를 할 때 남녀를 분리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약물 중독은 도박·성 등 다양한 중독을 연쇄적으로 일으키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을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력난에 시달리는 국내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은 혼성 시 더욱 관리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조성남 은평병원 마약중독관리센터장은 "병상은 단기 입원과 집중 치료 후 외래로 돌리기 위해 만들어져 일단 두 병상으로 시작했다"며 "급성기만 안정되면 재활센터가 더 중요한데 현재 여자가 입원할 수 있는 전문 병동도 없고 여자가 재활할 수 있는 재활센터도 없다"고 지적했다.
병상이 중독치료를 위한 첫 단추라면 재활센터는 건강한 생활 양식을 키워나가면서 사회 복귀를 위한 훈련소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여성 중독자가 퇴원 후 갈 수 있는 재활센터는 더더욱 없다. A씨는 당장 사회와 차단해야 할 만큼 심각성이 인정돼 병원과 재활센터에 들어갔으나 여성 환자·입소자를 케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곧바로 퇴소·퇴원해야 했다. 그래서 장기간 재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병원과 센터를 떠돌아야 했다.
김도현 대학을 위한 마약 및 중독예방센터(DAPCOC·답콕) 마약예방교육팀 주임은 "남성 환우들은 바로 재활시설로 연계되는데 여성 환우는 갈 곳도 없고 어렵게 연계된 재활센터도 결국 남성 재활센터여서 곧바로 퇴소하게 된다"며 "여성 중독자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여성 중독자들이 늘면서 여성 재활센터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류 사범 2만7611명 중 8910명이 여성이었다. 2022년 4966명에 비해 79%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김 주임은 "여성 마약사범이 구속돼 처벌을 받고 나왔을 때 어디에 정착해서 온전히 재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며 "여성 마약사범 재활에 맞출 필요성이 있다는 어젠다가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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