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틀은 1980년대에 수립된 탓에 이 같은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도 정확한 수요 예측이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라 전기본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
6일 현행 전기본을 살펴보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은 2036년 30.6%까지 증가하게 된다. 올해가 9%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0여 년 동안 3배 이상 확대되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기준 전력거래소의 전력 수요 예측치와 당일 실수요 간 차이는 최대 9000㎿에 달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날수록 오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기본 수립 방식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낮에는 태양광 외 나머지 발전원의 전력 수요가 낮게 유지되다가 일몰 후 급상승하는 그래프 모양이 오리와 닮았다고 붙여진 명칭이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전력 시장은 재생에너지가 많이 유입되면서 변동성이 워낙 커졌다"며 "수요 변동성도 시간대별로 덕 커브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15년간의 전력 운용 계획을 담은 전기본을 2년마다 갱신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전기본 틀이 198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수요 예측부터 공급 방식까지 과거와 비교해 변화가 커 예전처럼 특정 수치를 기준으로 계획을 세우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져 왔다"고 전했다.
그는 "데이터센터나 AI 등 활용이 많은 최첨단 산업 규모가 갈수록 확대돼 전력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새로운 예측 장비를 도입하는 등 제도를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전력시장신기술연구센터 소장)는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전원별 에너지믹스를 결정하는 건 미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어려운 방식"이라며 "전기차용 배터리 가격이 급락하는 등 변수가 발생해도 경직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9~11차 전기본 모두 재생에너지, 원자력, 석탄 등의 발전 비중을 소수점 단위까지 정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과도한 수준"이라며 "전기본의 성격과 방향성을 바꿔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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