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중국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이날 추가 부양책 발표가 예상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격) 상무위원회 회의가 폐막하는 가운데 부양책 발표가 미뤄지거나 규모가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18.36포인트(0.53%) 하락한 3452.30, 선전성분지수는 74.22포인트(0.66%) 내린 1만1161.70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 지수 CSI300과 기술주 중심의 창업판은 각각 41.63포인트(1.00%), 29.17포인트(1.24%) 밀린 4104.07, 2321.59로 마감했다.
전인대 상무위 회의 결과는 통상 회의 폐막일에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보도된다. 이날 오후 늦게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며 장 마감 전에는 발표가 없었다.
앞서 중국 당국이 “중앙정부가 부채를 늘릴 수 있는 꽤 큰 여지가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 발행을 대폭 늘리겠다”고 언급하면서 이번 회의에서 대규모 재정 정책이 승인될 것으로 시장은 봤다. 예상 규모는 작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8% 남짓인 10조 위안이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당시 GDP의 13%였던 4조 위안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 폭탄을 예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부양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커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선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발표된 10월 경제지표가 개선되며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 ‘5% 안팎’ 달성에 자신감이 생긴 만큼 부양책을 아껴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딩수앙 스탠더드차터드 중화권 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성장 위험이 감소함에 따라 중국 정책 입안자들이 내년을 위해 화력을 비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부양책 발표를) 12월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까지 미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트럼프 리스크’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할 시간을 가진 뒤 이후에 그에 맞는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맥쿼리그룹의 래리후 중국 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미국 무역 정책에 대해 더 많이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즉시 경기 부양 규모를 늘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회의가 미 대선 이후에 폐막되는 만큼 트럼프 당선 시 중국 지도부가 부양책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부양책 지연 가능성에 부동산 업종이 3% 넘게 밀리며 하락을 주도했고 비은행 금융, 건축자재, 식음료 등 업종도 약세를 보였다.
반면 방산주는 강세를 보였다. 글로벌 증시에서 방산주는 대표적인 '트럼프 트레이드(수혜주)'로 꼽힌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 강화를 예고한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국방비 지출을 큰 폭으로 늘릴 유인이 있어서다. 종목별로는 상하이한쉰(上海瀚訊), 리쥔구펀(利君股份), 창청쥔궁(長城軍工) 등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종에도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됐다. 반도체 장비주 바이아오화쉐(百傲化學), 싸이텅구펀(賽騰股份)과 메모리 반도체주 궈신커지(國芯科技), 찬신구펀(燦芯股份) 등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3분기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2% 증가했다고 발표한 게 호재로 작용했다고 중국 매체 차이신은 짚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중신궈지(SMIC)는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장중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으나, 장 마감 전 급락하면서 1.56% 밀렸다. 미·중 기술 전쟁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MIC는 전날 밤 3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전년동기 대비 32.5%, 56.44%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전장 대비 0.73% 밀린 2만800.91에 문을 닫았다. 부동산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SMIC는 홍콩 증시에선 1.24%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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