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연말을 앞두고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추가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 부채 해소를 위한 특별채 발행이 속도를 내는 데다가 연말 자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서다.
중국 관영매체인 중국증권보는 25일자 1면에 연말 유동성 안정을 위해 인민은행이 적절한 시기에 지준율 인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 기사를 게재했다. 지준율을 낮추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할 돈이 줄기 때문에 그만큼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를 낸다. 인민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올 들어서만 0.5%포인트(P)씩 두 차례에 걸쳐 지준율을 인하했다.
특히 최근 각 지방정부마다 지방 특별채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연말 지준율 추가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 지방 특별채 발행이 급증한 것은 지난달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지방정부의 '숨겨진 빚', 이른바 음성부채를 공식부채로 대환하기 위해 올해부터 매년 2조 위안(약 386조원)씩 지방정부 부채한도를 증액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증권시보는 이달 들어서만 각 지방정부가 음성부채 대환을 위해 발행 혹은 발행 예정인 지방 특별채 규모만 1조 위안 이상으로 집계했다.
리융 둥우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방정부가 음성부채를 대환하기 위해 발행하는 특별채 대부분을 매입해야 하는 은행으로선 지급준비금이 부족해 자금 사정이 빡빡해 질 수 있다"며 "이는 시중 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지준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11, 12월 대량의 증기유동성지원창구(MLF) 자금의 만기도 도래한다. 11월 만기 도래한 1년물 MLF 자금만 1조4500억 위안이다. 인민은행은 25일 기준, 이 중 약 3분의2 남짓인 9000억 위안만 롤오버(채무상환 연장)한 상태다. 내달에도 1조4500억 위안어치 MLF 자금 만기 도래가 예고돼 있다.
이에 따라 원빈 중국 민생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준율 인하 시기를 11월 말 아니면, 12월 초중순으로, 인하 폭은 0.25~0.5%포인트(P)로 관측했다. 원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12월 초중순 지방정부의 음성부채 대환을 위한 채권 발행량이 피크(정점)에 달할 것”이라며 “12월에도 다량의 MLF 만기자금이 도래하고 연말 자금 수요로 시중 유동성이 빡빡해질 것인 만큼 금융기관들의 실물경제 지원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지준율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최근 인민은행도 지준율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이달 초 전인대 보고에서 "통화정책 역주기조절(逆周期調節, 경기대응) 강도를 높일 것"이라며 "지원적 통화정책 입장을 견지하면서 합리적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해 기업·주민 융자비용을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 영문매체 차이나데일리는 "판 행장의 발언이 추가 지준율 인하 기대감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판 총재는 지난 9월 말 금융당국 수장 합동 기자회견에서 지준율 인하를 발표하면서 "올해 안에 시장 유동성 상황을 보고 적절한 시기에 지준율을 0.25∼0.5%포인트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도 언급하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