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인 노스볼트가 치킨게임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파산한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이를 기회로 삼아 중국·유럽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낸다.
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최근 회사 주요 관계자를 중국으로 파견해 노스볼트 고객사와 접촉을 시도했다. 노스볼트의 파산으로 발생한 시장 공백을 메우면서 중국 내 신규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엔솔은 특히 중국의 주요 완성차 업체인 '지리(볼보)', '니오' 등을 타깃으로 배터리 고객 확장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스볼트는 배터리 품질 문제와 생산 수율 저조가 겹쳐 파산에 직면했다. 결함 없는 완성품 비율을 의미하는 '수율'은 배터리 업체 핵심 경쟁력으로, 제품 원가와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지표다. 노스볼트 스웨덴 셸레프테오 공장은 연 최대 16GWh(기가와트시)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나, 실제 생산량은 1GWh에 불과할 정도로 수율 향상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로 인해 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과 BMW가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공급처를 찾기도 했다. BMW는 2020년 노스볼트와의 장기 계약을 해지하고 해당 물량을 삼성SDI로 이전했다. 폭스바겐도 올해 7월 내부 태스크포스(특별팀)를 구성해 노스볼트 배터리 품질을 검토한 뒤 계약 재검토에 들어갔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5년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와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만이 상위 5위 내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올해 1∼9월 점유율을 집계한 결과 CATL(26.3%)과 LG엔솔(25.8%)이 20% 중반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SK온은 11.0%의 점유율로 그 뒤를 이었고, 파나소닉(9.9%)과 삼성SDI(9.2%)는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노스볼트 등과 차별화되는 국내 배터리 3사의 핵심 경쟁력은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에 따른 안정적인 수율에 있다. LG엔솔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제2공장은 가동 시작 한 달여 만에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했다. LG엔솔 관계자는 "30년 이상의 배터리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90% 이상의 수율을 달성할 수 있는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LG엔솔은 테슬라, GM, 포드 등 주요 완성차 고객사들과의 계약을 맺고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SK온은 현대차·기아, 폭스바겐, 다임러, 포드에, 삼성SDI는 BMW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 배터리를 납품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전기차 수요의 일시적 정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기초 체력을 다지지 못한 5위권 바깥 배터리 기업들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국내 배터리 3사와 CATL, 파나소닉 등 한·중·일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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