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곧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탈퇴 가능성을 시사한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젤렌스키의 나토 가입 노력이 빨라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키이우인디펜던트, AP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독일 제1야당 기독민주당(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현재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분명한 안보 보장과 유럽의 나토 및 유럽연합(EU) 가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독민주당은 내달 2월 있을 독일 총선에서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어 메르츠 대표는 차기 총리 유력 인사로 꼽히고 있다.
젤렌스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아직 그러한 문제를 다룰 권한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와 해당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대신 조만간 바이든 대통령에게 연락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불가역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나토 내에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한 상태로 미국, 독일,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은 현 시점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하겠다고 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서도 긍정적 자세를 나타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행보 가능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것으로, 프랑스와 영국 등은 전쟁 종료 후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자신이 취임 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 끝내겠다고 공언한 트럼프는 전날 공개된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종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거듭 종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 특사로 지명한 키스 켈로그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휴전 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우크라이나의 바람과는 상이한 주장을 내비친 바 있다. 더욱이 트럼프는 지난 주말 NBC와의 인터뷰에서는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늘리지 않을 경우 미국이 나토를 탈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시사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는 종전 협상이 개시되더라도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나토 가입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한편 젤렌스키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현재까지 4만3000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전사하고 37만명이 부상을 당했다며, "이것이 전쟁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은 단순히 종이 한장과 서명 몇개로 끝날 수 없다"며 "전쟁은 지속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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