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인터뷰] '오징어 게임2' 박성훈 "성소수자, 희화화 하지 않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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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5-01-1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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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박성훈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박성훈 [사진=넷플릭스]
배우 박성훈은 매 작품마다 '이름'을 잃는다. 드라마 '하나뿐인 내 편' 장고래부터 '더 글로리' 전재준을 지나 '눈물의 여왕' 윤은성에 이르기까지. 그는 배우 박성훈보다 극 중 배역으로 더 많이, 자주 불려 왔다.

특히 '더 글로리'의 전재준은 글로벌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공식 석상에서까지 '전재준'으로 울리는 해프닝을 일으키기도. '배우'보다, '역할'로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왔던 박성훈은 글로벌 메가 히트작 '오징어 게임'으로 또 한 번 이름을 잃게 됐다.

"역할 이름으로 불리는 거요? 제 이름이 알려지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역할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굉장한 영광이죠. '고래'로도 불리고, '전재준'으로도 불렸었는데요. 어떤 수식어 같아 보여서 좋아요. '현주' 역을 맡은 뒤에는 '현주 언니' '현주 누나'로 불려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감독 황동혁)은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을 담은 작품. 극 중 박성훈은 성확정 수술을 마치기 위해 돈이 필요한 트랜스젠더 120번 '현주' 역을 맡았다.

"황동혁 감독님께서 제가 출연했던 단막극 '희수'를 보시고 '현주'를 떠올렸다고 하시더라고요. '희수'는 평범한 가장이었는데 어떻게 그 인물에게서 '현주'를 보셨을까? 처음엔 의아했어요. 하지만 곧 제가 가진 혹은 숨기고 있는 많은 여성성을 (감독님께서) 꿰뚫어 보셨구나 싶더라고요. 신기하고 놀라웠어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박성훈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박성훈 [사진=넷플릭스]

박성훈이 연기한 '현주'는 글로벌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가 가진 이타적인 면모와 리더쉽에 시청자들은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실제 트렌스젠더인 배우를 기용하지 않고 남자 배우가 해당 역할을 맡았다는데 실망이라는 의견이었다. 외신 매체 '더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는 일부 시청자들이 실제 트랜스젠더를 캐스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을 표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은 동성혼이 여전히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전통적인 한국 사회에서 매우 큰 변화"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성훈은 "황 감독님이 부담이 크셨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감독님께서 트렌스젠더 배우들과 미팅했었는데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고 하셨어요. 트렌스젠더 역할을 남자 배우가 맡는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알고 있었고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박성훈은 '현주' 역을 준비하며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희화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황 감독과도 의견이 일치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주가 희화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과장된 제스처를 삼가하려고 했고 실제 트렌스젠더 분들께 자문을 구하기도 했죠. 개인적으로도 많은 연구를 했고 학습한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했어요."

박성훈이 연기한 '현주'는 미디어로 접할 수 있는 트렌스전더와 달랐다. 일반적으로 비치는 그들 특유의 말투나, 제스처 없이 담백하게 표현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대학로에서 연극 할 때 게이 역할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공부를 많이 했고 실제로 (성소수자인) 친구들도 많고요. 게이와 트렌스젠더는 다르지만 엘지비티(LGBT, 성소수자를 이르는 말)에 대한 이해도가 일반분들보다는 높은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박성훈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박성훈 [사진=넷플릭스]

이번 '오징어 게임2'는 개인보다 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 특히 소수자를 대변하는 '현주' 그룹은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과 지지를 얻었던바. '현주'와 '영미'의 연대가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촬영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서 '영미'(김시은 분)와 자연스레 밥도 같이 먹고 대기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가까워지고 유대감도 생겼어요. 촬영할 때는 '이 장면에서 아이컨택트를 더 해보자'고 제안을 하기도 하고 디테일한 논의를 거치면서 유대가 쌓이는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자고 했죠." 

박성훈은 배우 김시은과 "짧은 시간에 비해 두툼한 애정이 생긴 것 같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주'의 마음을 울리는 대사인 '언니도 예뻐요'도 그렇고, '영미'는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아도 마음속 깊이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영미'의 눈만 봐도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박성훈은 '현주'를 이타적이고 배려심 있으며 리더쉽을 가진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특히 근대 5종 장면에서 '현주'의 장점을 십분 느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현주의 강인함 그리고 이타적이고 리더쉽 있는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인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주신 디렉션은 '부드러움 속에 카리스마'로 '유치원 선생님 같았으면 한다'고 하셨어요."

박성훈은 '현주' 캐릭터가 소수자들에게 힘과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주'의 이타적이고, 의로운 면면들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이 순간 어디선가 핍박받고, 차별받는 소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한 거죠. 편견을 가진 이들이 시각을 누그러트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박성훈은 황동혁 감독과의 호흡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배우들에게 각각 맞는 디렉션을 해주세요. 똑똑하고 뛰어난 분이시구나, 괜히 저 자리에 계신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특히 감탄했던 건 현주가 팀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 관해 디렉션을 주실 때였어요. 현주가 게임에 계속 참여하겠냐는 투표를 할 때 '오(O)'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전하는데 (황 감독의 디렉션이) 머릿속에 펼쳐졌어요. '엄마가 많이 우셨어요'라는 대사가 추가되었는데, 감독님께서 '현주의 성향을 알게 된 어머니의 모습이 영사기처럼 흘러가길 바란다. 울컥하지만 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어요. 인상 깊은 디렉션이었고 배우로서도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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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박성훈 [사진=넷플릭스]


 
'더 글로리'로 글로벌적인 인기를 얻고 '눈물의 여왕' '오징어 게임'까지 연달아 히트를 치며 인기 가도를 달리던 박성훈은 지난해 12월 30일 '오징어 게임' 패러디 성인 영상물 표지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대중을 충격에 빠트렸다. 자신의 출연작을 폄하하는 내용의 포르노 영상물 표지를 공개적인 공간에 올렸다는데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박성훈 측은 즉각 해명했지만, 대중은 납득하기 어려운 말에 더욱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박성훈은 해당 사건에 관해 조심스레 언급하고 재차 사과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 임하는 마음이 무서웠습니다. 개인의 크나큰 실수로 불편하셨을 모든 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작품에 누를 끼친 것 같고, 이렇게 언급하는 걸로 다른 분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큽니다. 저를 질타하시더라도 부디 저희 작품은 따스하기 봐주시길 바랍니다."

그는 해당 사전에 관한 전후 사정을 설명하며 "귀신에 씐 것 같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담당자와 시청자들의 반응을 활발하게 주고받고 있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DM으로 받았던 문제의 사진을 보고 '이건 심각하다. 담당자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이런 영상물이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상은 보지도 않았어요. 담당자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과정에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만 거예요. 귀신에 씌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어떤 해명을 해도 변명처럼 느껴지시겠죠. 시국이 좋지 않을 때 그런 문제의 사진을 올려 더욱 불쾌하게 여기실 텐데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실수를 하게 되어서 정말 죄송한 마음입니다. 제 정신이면 그런 걸 제 인스타그램에 올리겠어요? 정말 실수입니다. 그러나 저의 잘못이고요.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박성훈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박성훈 [사진=넷플릭스]

박성훈은 '오징어 게임2'에 관해 남다른 애정을 표현하며 "제 필모그래피 중 50번째 작품"이라고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근대 5종 신을 찍을 때 슬레이트를 보니 '2023년 10월'이라고 쓰여있더라고요. 제가 (동아방송예술대) 연극영화과 03학번인데요. 20년 만에 이렇게 글로벌한 작품에 들어와 있구나. 지난 20년간 고생했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어요. 개인적으로 50번째 작품이라 의미가 깊지만, 제 앞에 놓인 상황에 대한 깊어진 마음가짐도 있어요. 종교는 없지만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도 초심으로 돌아가 뒤를 돌아보며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배우 생활에 임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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