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 공세가 예사롭지 않다. 과거 중국산 제품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승부수를 띄웠다면 최근에는 막대한 투자로 기술력을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로보락이 내놓은 로봇청소기가 일명 ‘이모님’ 가전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뒤늦은 추격에도 수년째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 주도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공지능(AI) 산업에도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14억명이 넘는 거대한 인구와 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시장에서 지배력을 공고히 쌓아가는 모습이다.
◆ 로보락에 이어 샤오미까지 국내 상륙··· 양말 집어 올리는 ‘로청’까지 기술력 시도 눈길
중국 기업들이 속속 국내 시장에 상륙하면서 새로운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로보락 등 중국 업체가 점유율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이달 샤오미까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방어에 안간힘을 쓰는 형국이다.
이미 업계에선 로봇 청소기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국내를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로보락의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46.5%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전체 시장 점유율 35.5%와 비교하면 11%포인트 확대된 수치다. 제품 가격이 150만원대 이상인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 역시 65.7%에 달한다.
위기감을 느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먼지 흡입·물걸레 청소와 자동 세척 기능을 탑재한 올인원 신제품을 출시했으나 로보락을 필두로 한 에코백스 등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 점유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로보락은 직원 절반가량이 연구개발(R&D) 센터에 투입돼 로봇청소기와 청소도구 가전제품을 개발하고 있고, 매년 매출 중 7%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점이 기술력을 강화시킨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무대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 기술이 돋보이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달 7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나흘간 열린 ‘CES 2025’에서 중국 기업들은 대형 부스를 꾸리고 자율주행차량부터 로봇청소기, AI로봇 등 기술력을 뽐냈다.
중국 가전기업 TCL이 스마트홈 허브로 작동하는 AI로봇 ‘에이미(AiMe)’를 선보이며 가정용 AI로봇 시장에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고, 로보락은 로봇청소기 본체 상단에 ‘옴니그립’이라는 5축 접이식 로봇 팔이 달린 올인원 로봇청소기 ‘사로스(Saros) Z70’을 공개했다. 특히 사로스 Z70은 300g 이하 물건을 집어 옮길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세계 최초’ 제품으로 작은 물건이나 조각들을 집어 올려 지정된 구역에 정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 눈길을 끌었다. 이른바 ‘로봇발’이 달린 중국 가전 업체 드리미의 ‘X50 울트라’ 제품도 주목을 끌었다. 이 제품은 프로리프(ProLeap) 시스템을 통해 6㎝ 높이 문턱도 오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만든 로봇 청소기가 물건을 집어 올리는 등 기술력을 업그레이드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이처럼 새로운 시도를 지속하면서 빠른 기술력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 중국 정부, 막대한 투자로 AI굴기에 쌓아···“美 위협 수준”
기술 패권과 관련해 핵심인 AI 분야에서 글로벌 주요국 간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한 가운데 중국 정부 역시 막대한 투자로 기술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정부 주도로 자본이 AI 산업에 몰리고 있다.업계에 따르면 상하이 국유자본투자유한공사는 총 100억 위안(약 1조9992억원) 규모로 AI 생태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는데 초기 투자액만 30억 위안(약 5997억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AI 특허 규모 면에서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의 AI 발명 특허 출원 건수는 전년 대비 17.4% 증가한 10만2000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성형 AI 관련 특허도 미국을 크게 앞질렀다. 2014년부터 10년간 출원된 생성형 AI 관련 특허 5만4000여 건 가운데 중국에서 출원된 특허는 약 70%인 3만8210건으로 미국(6276건)을 앞선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지속적인 견제에도 중국이 AI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일 수 있었던 배경은 투자와 연구 인력 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거대한 인구와 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단일 시장에서 최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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