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정 초안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15개월이 넘는 기간 수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가자지구 전쟁이 완전한 종식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AP통신은 14일(이하 현지시간)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정 초안을 수락했다고 복수의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AP가 입수한 협정문 초안에 따르면 가자 전쟁의 휴전은 3단계로 이행되며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휴전안이 기본 구조다.
휴전의 첫 단계에서는 42일간 이스라엘군의 일부 철수와 양측의 인질·포로 교환이 이뤄진다. 하마스는 억류 중인 인질 중 여성과 어린이, 노인, 부상자 등 33명을 우선 석방한다.
이스라엘은 석방되는 인질 1명당 50명의 팔레스타인인 구금자를 돌려보낸다. 교환되는 인질과 포로 중에는 군인이 일부 포함된다. 또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인구 밀집 지역에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지구 북부 거주지역으로 돌아갈 수 있으며 인도적 지원 트럭도 매일 600대씩 진입이 허용된다.
1단계 휴전 기간에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경계 지대의 ‘필라델피 회랑’에 계속 주둔하지만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가르는 ‘넷자림 회랑’에서는 철수한다. 휴전 2단계에서 하마스는 인질 중 나머지 생존자를 모두 석방한다.
이에 이스라엘도 구금자들을 더 석방하고,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군하게 된다. 이어 3단계에서는 하마스가 사망한 인질의 유해까지 모두 이스라엘로 돌려보내고, 국제사회의 감시 아래서 3~5년간의 가자지구 재건을 시작한다.
다만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주둔 기간 등은 향후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아울러 초안에는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휴전이 계속된다’는 서면 보장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AP은 지적했다. 1단계 기간이 지난 후 이스라엘군이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재국인 미국·카타르·이집트는 계획대로 1단계 기간이 끝나기 전에 2·3단계 이행을 위한 협상을 하도록 압박하겠다는 구두 보장을 하마스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 타임오브이스라엘은 이날 복수의 아랍 관리를 인용해 휴전 협상 중재국인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의 공동 성명 형태로 오는 15일이나 16일 가자전쟁 휴전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휴전이 성사된다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전쟁이 시작된 지 465일만이다. 양측의 일시 휴전이 일주일만인 2023년 12월 1일 파기된 때부터 계산하면 410일만에 포성이 멎게 되는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임기 내에 휴전을 성사하고자 열을 올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에서 내가 몇 달 전 구체화한 제안이 마침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인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도 “어쩌면 이번 주 막바지에 (협상 타결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대선 승리 전후로 분쟁 종식을 압박해왔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하며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했다. 인질 94명이 아직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상태다. 이스라엘군은 인질 중 34명이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 발발 후 지난 13일까지 팔레스타인 주민 4만6645명이 숨지고 11만12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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