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15일(이하 현지시간) 가자지구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15개월 만에 가자지구에 포성이 멈춘 것이다. 일단 6주간의 휴전안이 마련되면서 주변국으로 확전일로를 걷던 중동 정세도 중대 변곡점을 맞게 됐다.
이날 로이터·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오는 19일부터 42일간 교전을 중단하고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면서 영구적 휴전을 논의하는 3단계 휴전에 합의했다. 6주간 이어지는 1단계 휴전 기간 하마스는 여성과 어린이, 고령자 등 인질 33명을 석방한다. 이스라엘은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30명, 여군 1명당 50명을 풀어준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첫 단계에 가자지구에서 점진적으로 병력을 철수하게 된다. 양측은 휴전 16일 차에 이스라엘 남성 군인 석방과 영구적 휴전 등 2단계 휴전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다. 휴전 3단계까지 이르면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과 유엔이 감독하는 가운데 가자지구 재건을 개시하게 된다.
가자지구 휴전 소식에 미국의 차기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은 서로 자신의 역할을 부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장대한 휴전 합의는 오직 우리의 역사적인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로 인해 가능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당선자는 “나의 행정부가 평화를 추구하고, 모든 미국인과 동맹들의 안전을 확보할 합의를 협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전 세계에 줬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나의 외교는 이 일(휴전)을 성사하기 위해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는 하마스가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고, 레바논 휴전과 이란의 약화 이후 지역 정세가 변화한 것에 따른 결과일 뿐 아니라 끈질기고 고된 미국 외교의 결과”라고 자평했다.
협상을 중재해 온 아랍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당선자의 특사 파견이 휴전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명의 아랍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자가 임명한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가졌던 회담이 이번 휴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소식통은 “위트코프 특사가 진행한 단 한 번의 회담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내내 쏟았던 노력보다 네타냐후 총리를 더 효과적으로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이틀 뒤인 13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대표단은 원칙적으로 휴전과 인질 석방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중재국 측에 밝혔고, 세부 조율을 거쳐 다시 이틀 만에 휴전에 합의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4만6707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대부분이 민간인이며, 전쟁 전 가자지구 인구의 2%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사망자 집계는 수습된 시신만 포함되는 것이어서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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