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향이 깊었다. 시각과 청각을 넘어 후각까지 사로잡은 공연이었다. 앵콜 콘서트 '오프 더 비트'를 위해 직접 조향에 참여했다는 아이엠(I.M)은 이 공연을 잊을 수 없는 하나의 경험으로 남겼다. 한 편의 작품을 감상한 듯한 이번 콘서트는 공연장을 나선 뒤에도 오랜 여운을 남겼다.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는 아이엠의 솔로 콘서트 '아이엠 월드 투어 오프 더 비트 파이널 인 서울(I.M WORLD TOUR Off The Beat FINAL IN SEOUL, 이하 '오프 더 비트')가 개최됐다.
앞서 아이엠은 지난해 5월부터 서울, 런던, 파리, 쾰른, 베를린, 뉴욕, 토론토, 시카고 등 총 10개국 18개 도시에서 솔로 콘서트인 '오프 더 비트'를 전개한바.
지난해 5월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콘서트 오프닝이 '알(스카이 박스)'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서는 아이엠의 모습을 형상화했다면, 이번 앵콜 콘서트의 오프닝은 세상 밖으로 나서 혼란을 겪지만 "그럼에도 나의 길을 찾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분명히 전한 셈이다.
'길'을 통해 관객의 앞에 선 아이엠은 '번(Burn)' '모어(More)' 연달아 가창했다.
이어 파란 불꽃으로 상징되는 '노바디(nbdy)' '엑스오(XO)' '오버 드라이브(OVERDRIVE)' '버스트 잇(Bust it)'은 밴드 라이브를 통해 무게감을 더하며 더욱 극적인 사운으로 연출됐다.
'슬로우리(Slowly)' '네버 마인드(nvrmnd)' '시든 꽃'은 아이엠의 감성을 레이어드 하는 세션이었다. 특히 '슬로우리'는 LED 화면 가득 설경을 보여주고 컨페티(confetti)를 눈송이처럼 연출해 영화 같은 장면을 보여주었다. 지난 공연에 이어 팬들과 '슬로우리'를 듀엣으로 부르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그는 듀엣곡인 '슬로우리(Slowly)'의 헤이즈 파트를 팬들에게 넘기며 함께 앙상블을 이뤘다. 지난 공연보다 더욱 향상된 팬들의 라이브 실력도 재미 요소 중 하나였다.
유혹적인 콘셉트로 꾸려진 '루어(LURE)' '낫 쏘리(Not Sorry)' '해빗(Habit)'은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던 세션이기도 했다. 스트릿한 무드의 의상에서 롱 코트와 셔츠로 멋을 낸 정적인 무드의 옷으로 의상 체인지를 한 아이엠은 분위기 전환을 시도, 재지한 곡들을 선보였다. 무대 스크린, 밴드 세션, 꼬냑·시나몬·샌달우드 향은 공연장을 재즈 클럽처럼 만들었다. 깊고 묵직한 향기가 곡의 재즈적인 무드와 어우러지며 관객들을 특별한 공간으로 이끌었다.
그는 "공연장에서 좋은 냄새가 나지 않나. 위스키 냄새가 맞다. 저는 개인적으로 '향'을 맡으면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향'은 곧 기억이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 향을 다른 곳에서 맡는다면 오늘을, 여기를, 저를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블레임(Blame)' '루프(Loop)' 솔로 초장기 곡인 '갓 뎀(God Damn)' '해피 투 다이(Happy to die) '스카이라인(Skyline)' '하울린(Howlin’)' '엠엠아이(MMI)'을 통해 폭발적인 사운드와 무대 연출로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끌어냈다.
아이엠은 이번 공연을 통해 '듀얼리티'부터 '오버드라이브' '오프더비트'에 이르기까지 혼란을 겪어왔다는 걸 솔직하게 털어놓고 수많은 자신 속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디어 아트를 통해 파편화된 아이엠을 보여주었고 이번 공연을 위해 마련된 VCR 영상에서는 여러 명의 아이엠을 보여주어 혼란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영상 이미지와 조명, 향기 등이 점차적으로 선명해지며 오롯이 '아이엠'으로서 마주하게 되는 식이다.
그는 "수많은 내가 존재한다. 어떤 게 내 모습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지만 모든 걸 인정하며 진정한 나를 찾아나가는 게 또 하나의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그 메시지를 담백하게 담아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공연 말미에는 미공개곡 '돈트 스픽(Don't Speak)'을 깜짝 공개,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기도 했다. 그동안 아이엠이 보여주었던 음악과 다른 결을 가진 이 곡은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멜로디 랩을 시도해 유니크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매력을 배가시켰다. 아이엠의 또 다른 확장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무드의 곡이었다.
아이엠은 "이 곡은 미공개 곡인 '돈트 스픽'이다. 어느 구간에 넣으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여러분을 위해 앵콜곡으로 골라보았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말하지 마, 그냥 느껴'라는 곡이다. 2023년 말에서 2024년 초까지 작업하여 만들었고 오래 묵히고 있다가 앵콜 콘서트에서 새로운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가져왔다. 공개 일정 등 디테일한 이야기가 오간 게 없고 정말 여러분께 처음 들려드리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마지막 앵콜곡인 '덤(Dumb)'까지 선보인 뒤 "2024년은 정말 바쁘게 보냈다. 처음 해보는 일도 많았다. 월드 투어를 통해 많은 걸 느끼기도 했다. 매번 느끼지만 무대에 대한 소중함, 시간에 대한 간절함을 느낀다. 이 자리에 계신 한 분 한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좋아해 주시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제게 주어진 것, 여러분께서 주는 사랑이 이 무대를 할 수 있는 '오늘'을 만들어준 것"이라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2025년은 몬스타엑스가 1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제게는 굉장히 의미가 깊은 해다. 시간이 지날수록 형용할 수 없는 감사함이 진해진다. 예전 영상을 보면 '와, 어떻게 했을까?' 싶지만 당시 여러분이 주신 응원 덕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다. 여러분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감사하고 소중했다"며 "사랑한다"고 인사했다.
한편 아이엠의 '오프 더 비트'는 지난 1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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